▲<말죽거리 잔혹사>는 70년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로 2000년대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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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공백 깨고 돌아온 유하 감독
세종대학교에서 영문학을,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학을 공부한 유하 감독은 문학과 영화 두 분야를 공부하다가 1988년 시인으로 등단해 활동했다. 그러던 1993년 유하 감독은 자신의 시집 제목이기도 한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이하 <압구정동>)>를 통해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압구정동>은 신인 엄정화를 파격적으로 주인공에 캐스팅하고 록밴드 넥스트가 음악을 맡으며 화제가 됐지만 흥행에는 크게 실패했다.
데뷔작에서 쓴 맛을 본 유하 감독은 영화 감독으로서 10년 가까이 공백을 가지며 조용히 잊히는 듯했지만 2002년 스타로 성장한 엄정화를 다시 캐스팅해 두 번째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선보였다. 결혼과 동거에 대한 도발적인 시선이 돋보였던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서울에서만 42만 관객을 모았고 가수 이미지가 강했던 엄정화의 파격적인 변신이 화제가 되면서 '영화 감독 유하'를 화려하게 부활시켰다.
첫 번째 연출작부터 두 번째 연출작까지 10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유하 감독은 2004년 1월 곧바로 세 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유신정권 시절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권상우 주연의 <말죽거리 잔혹사>였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스타덤에 오른 권상우를 대세로 만든 <말죽거리 잔혹사>는 전국 3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성공했고 각본을 쓴 유하 감독은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점으로 유하 감독은 충무로에서 꾸준히 신작을 선보이는 부지런한 감독이 됐다. 2006년에는 그동안 미화됐던 폭력 조직의 생리를 제대로 표현한 <비열한 거리>로 200만 관객을 동원했고 2008년에는 <쌍화점>으로 377만 관객을 모으며 <말죽거리 잔혹사>의 기록을 경신했다. 2012년 늑대개를 소재로 한 <하울링>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가까스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체면을 세웠다.
2015년에는 김래원과 이민호, 설현이 출연한 <강남1970>을 선보였지만 연기에 물이 오른 김래원과 한류스타 이민호를 내세운 것 치고는 썩 만족스러운 흥행성적(전국 220만)을 올리진 못했다. <강남 1970>이후 약 5년의 공백이 있었던 유하 감독은 서인국, 이수혁 주연의 범죄오락영화 <파이프라인>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화려함 포기한 <말죽거리 잔혹사>의 사실적인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