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 포스터.?
넷플릭스
양 사장네 조직의 이인자이자 실질적 리더 태구, 북성파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만 의리 하나로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와 조카가 의문의 교통사고로 비명횡사하고, 장례식장에서 양사장으로부터 북성파의 짓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태구는 북성파 보스 도 회장을 죽이고 러시아로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그 전에 제주도에서 일주일만 몸을 피하기로 한다. 제주도엔 무기거래상 쿠토와 그의 조카 재연이 있었는데, 얼마 후 쿠토가 살해당하고 태구와 재연만 간신히 도망친다.
한편, 양 사장은 북성파를 일망타진하고자 했지만 이인자 마 이사를 놓치고 도 회장마저 수술 끝에 살아남는다. 양 사장으로선 이제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 박 과장을 찾아가 중재를 요청한다. 박 과장은 마 이사와 양 사장을 중재하며, 태구를 잡아와 죽이는 선에서 합의를 보게끔 한다.
양 사장은 자기 한 몸 살고자 태구를 비롯해 조직을 통째로 넘기려는 것. 출중한 실력과 의리로 똘똘 뭉친 태구, 아무것도 모른 채 재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양 사장의 계략에 넘어간다. 홀로 공항으로 향하는 태구, 태구 하나를 마중하고자 마 이사와 양 사장 패거리가 총동원되는데.
'박훈정' 감독 스타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낙원의 밤>은 본인만의 확고한 하드보일드 하드코어 범죄 스릴러 스타일을 확립한 '박훈정' 각본가 겸 감독의 신작이다. 그는 연출 데뷔 전 <악마를 보았다>와 <부당거래> 각본으로 유명했고, <신세계>로 할리우드 최고의 기대주로 발돋움했으며, <마녀>로 일명 '믿을맨'이 되었다. 물론, 그 사이사이 쉬지 않았지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도 다수 있다. 워낙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고 또 그 스타일을 밑어붙이는지라 호불호가 강하고 기복도 있는 편이다.
그래서 박훈정 영화는 어떤 분위기일지 대략 감이 잡히지만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를 철저히 영화로서, 2시간 남짓한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낙원의 밤>도 정확히 그러했다. 뻔했지만 멋있었고, 건질 만한 건 없었지만 재밌었으며, 밋밋했지만 다음을 기대하게 했다.
뻔하고 건질 것도 없고 밋밋하기까지 한 와중에 빛나는 게 있었으니 배우들이다. 태구 역의 엄태구와 재연 역의 전여빈은 형형하게 빛났다. 배우로서도 빛나고 캐릭터로서도 돋보였다. 그런가 하면 마 이사 역의 차승원과 양 사장 역의 박호산은 영화도 캐릭터도 압도해 버리는 연기를 펼쳤다.
처연한 분위기에 환기를 불어넣는 것들
영화는 제목이 연상되는 장면을 펼치며 또 분위기를 자아낸다. '처연하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기운이 차고 쓸쓸하다는 뜻과 애달프고 구슬프다는 뜻을 가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표현이 떠올랐다. 아름답기 짝이 없는 제주도의 풍광과 대조를 이루며 쓸쓸하고 애달프고 구슬프기까지 한 분위기가 한껏 살았던 것이다.
차승원이 분한 마 이사를 중심으로 욕이 다분히 동반된 개그 코드가 이 무겁기만 한 영화에 환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데, 꽤 먹히는 부분들이 많다. 차승원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분위기상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개그 코드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를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개그 코드가 별로였던 건, 영화를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겠다.
무겁기만 한 영화에 환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게 또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제주도,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태구와 재연 두 주인공이 함께하는 면면이 자못 로맨스 독립영화의 분위기를 자아냈던 것이다. 악독한 장면들과 완벽한 대조를 이룬 아름다운 장면들이 신선했지만, 생소했을 분들이 더 많을 게 분명해 보인다.
로맨스 분위기와 개그코드는 덤
<낙원의 밤>을 보며 연상되는 작품들이 몇몇 있었다. 한국도 미국도 아닌 일본의 조폭 아니, 야쿠자 영화들 중 딱 이런 풍의 영화들이 몇몇 있다. 굳이 밝히고 설명하진 않겠는데, 죽음에 초연해질 수밖에 없는 악인의 처연한 이야기가 가슴을 흔들곤 한다는 걸 부인할 순 없겠다.
박훈정 감독의 앞으로도 계속될 필모에서 이 작품은 '쉬어가는 페이지' 같은 느낌이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끝내고 잠시 피신하러 또는 쉬러 낙원 같은 제주도에 온 태구처럼, 다가올 큰 싸움에 앞서 아름다운 풍광과 달달하기까지 한 로맨스 분위기와 개그 코드도 넣은 범죄 영화로 충전을 한 것 같다.
어느덧 '박훈정'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본인의 영화 앞에 두게 된 박훈정 감독, 앞으로도 한국 범죄 영화의 한 축으로 작품을 계속 선보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벌써부터, 아니 한참 전부터 그의 차기작은 언제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데 어떤 작품일까? <신세계> 후속편일까, <마녀> 후속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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