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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사랑했던 소녀들의 이야기... 유명한 이 배우의 과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21.03.21 10:14최종업데이트21.03.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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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CF는 2000년대 초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순식간에 초호화 선수단을 구성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멤버를 살펴 보면 브라질의 축구황제 호나우두, '아트사커'의 중심 지네딘 지단, 스페인 축구의 심장 라울 곤잘레스, 그라운드의 마술사 루이스 피구, UFO 프리킥으로 유명한 호베르투 카를로스,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하는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 등이 있었다.

물론 월드컵이나 클럽에서 쌓아온 업적으로 따지면 지단이나 호나우두가 당시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였지만 그 시절 레알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영국의 슈퍼스타 데이비드 베컴이었다. 2003년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베컴은 뛰어난 실력뿐 아니라 세계적인 인지도를 앞세워 레알 마드리드가 '지구방위대'로 불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베컴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는 정확한 오른발 킥이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의 총리를 연기한 휴 그랜트는 "영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세익스피어, 비틀즈, 숀 코너리, 해리 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있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베컴을 흠모하는 인도계 영국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까지 제작됐다. 키이라 나이틀리의 초창기 영화이기도 한 거린다 차다 감독의 <슈팅 라이크 베컴>이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스포츠 영화이자 소녀들의 성장영화로 재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스포츠 영화이자 소녀들의 성장영화로 재미요소가 많은 작품이다.씨네월드
 
지적이고 분위기 있는 여배우의 보이시한 매력

지적이고 분위기 있는 여성 배우를 이야기할 때 키이라 나이틀리는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2014년에 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의 그레타 역으로 인지도가 부쩍 올라갔다(물론 <비긴 어게인> 전에도 충분히 유명한 배우였지만).

배우 아버지와 극작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나이틀리는 어린 시절부터 CF와 TV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파드메 아미달라 여왕(나탈리 포트만 분)의 시녀 사베 역을 맡으며 할리우드 영화에 데뷔했다. 나이틀리는 2002년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축구부 에이스 줄리스 역으로 새로운 매력을 뽐냈다. 이미지가 확 바뀐 지금의 나이틀리에게선 상상하기 힘든 발랄한 소녀 역할이었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영국 박스오피스에서 2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2 월드컵의 열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2002년 8월에 개봉했다. 북미에서는 2003년 3월에 개봉해 3200만 달러, 세계적으로는 7600만 달러의 성적을 올렸다. 축구(미식축구 제외)를 소재로 한 영화 중에서는 역대 북미 3위, 월드와이드 1위의 흥행 기록이다.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런던 비평가 협회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슈팅 라이크 베컴> 이후 나이틀리의 행보는 '승승장구'라는 네 글자로 설명이 가능하다.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그 유명한 '스케치북 고백'의 주인공이 됐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서는 할리우드 최고의 매력남 조니 뎁, 꽃미남 배우 올랜도 블룸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2005년작 <오만과 편견>을 통해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최고의 여성 배우로 우뚝 섰다.

나이틀리는 2014년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호흡을 맞춘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또 다시 아카데미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며 연기와 흥행을 겸비한 배우로 인정 받았다. 평소 할리우드에 성차별이 만연하다고 주장하며 양성평등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온 나이틀리는 지난 1월 "(편견이 들어갈 수 있는) 남성 감독이 연출하는 베드신은 찍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베컴을 동경하는 인도계 여성 축구 소녀의 성공담
 
 지적인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보이시하고 발랄한 매력을 뽐낸다.
지적인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는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보이시하고 발랄한 매력을 뽐낸다.씨네월드
 
인도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인도계 영국인 제시(파민더 나그라 분)는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맨유에서 뛰는 걸 꿈꾸는 소녀다. 공원에서 남자 아이들과 공을 차는 것에 만족하던 제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줄리스(키이라 나이틀리 분)의 권유로 지역의 여성 축구팀에 입단한다. 제시는 어릴 적에 당한 화상 때문에 짧은 유니폼 바지를 입길 꺼려 하지만 무릎 부상으로 축구를 포기했던 코치 조(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분)의 위로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보수적인 제시의 부모님은 제시가 언니처럼 얌전하게 살길 원하고 결국 제시는 부모님에게 축구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한다. 제시는 어머니가 구두를 사라고 준 돈으로 축구화를 사다가 걸리고 급기야 제시 언니의 시댁에서 보이시한 줄리스를 남자로 오인하면서 제시 언니는 파혼을 당한다. 언니의 파혼을 계기로 부모님의 반대는 더욱 심해지지만 제시는 대회참가를 위해 또 다시 부모님을 속이고 독일 원정을 강행한다.

젊은 시절 인도계라는 이유로 영국 크리켓팀에서 쫓겨난 기억 때문에 제시가 축구하는 것을 더욱 강하게 반대하던 제시의 아버지는 우연찮게 제시의 경기를 관전한다. 하지만 제시는 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시비가 붙어 심한 몸싸움 끝에 퇴장을 당하고 급기야 조 코치의 품에서 위로 받는 장면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만다(제시는 영화 내내 수없이 부모님을 속이지만 제시의 부모님은 한 번도 제시를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결승전과 언니의 결혼식 날짜가 겹친 제시는 어쩔 수 없이 결승 출전을 포기하지만 아버지의 허락으로 뒤늦게 경기에 참가한다. 그리고 제시는 교체 출전한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역전 우승으로 이끈다. 흥겨운 인도 음악이 들리는 결혼식 장면과 역동적인 결승전 장면을 교차 편집한 영상은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 가장 화려한 볼거리다. 그리고 제시와 줄리스는 미국의 명문 대학팀으로 스카우트된다.

<슈팅 라이크 베컴>은 기존에 여러 영화에서 소개됐던 학원 스포츠물의 기본 스토리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시와 줄리스를 레즈비언이라고 의심하는 줄리스 어머니의 능청스런 연기는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며 자칫 단순하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줄리스를 몰아 붙이거나 아버지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연기도 좋았지만 자신의 착각임을 알게 된 후 쿨한 척 하는 연기가 단연 일품이었다.

축구 영화에 로맨스를 넣어 준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
 
 조 코치 역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200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알콜중독으로 크게 고생했다.
조 코치 역의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200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알콜중독으로 크게 고생했다.씨네월드
 
아무리 <슈팅 라이크 베컴>이 순수한 축구 영화라지만 10대 소녀들로 구성된 여자 축구팀과 20대의 젊고 잘 생긴 코치가 등장하는 영화에 로맨스가 빠진다면 섭섭하다.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도 두 주인공 제시와 줄리스, 그리고 조 코치 사이의 삼각 로맨스가 등장한다. 이야기의 흐름에 크게 지장을 줄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줄리스는 예전부터 조 코치를 짝사랑하고 있었는데 독일 원정 뒤풀이에서 술에 취한 제시와 조의 키스 장면을 목격한다. 이를 계기로 단짝이었던 제시와 줄리스는 사이가 멀어지게 되지만 결승을 앞두고 줄리스가 제스를 찾아가 사과를 하면서 두 사람은 극적으로 화해한다. 친절하고 잘생긴 남자 코치 때문에 잠시 우정이 흔들렸지만 결국 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자나 연애가 아닌 축구였다.

핸섬한 조 코치를 연기한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아일랜드 출신(<슈팅 라이크 베컴>에서도 아일랜드 출신으로 나온다) 배우로 <알렉산더>, <매치포인트>, <미션 임파서블3>, <섀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등에 출연했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구혜선과 타블로가 카메오로 출연했던 음악영화 <어거스트 러쉬>의 주인공으로 알려 졌지만 할리우드에서는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며 기대만큼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슈팅 라이크 베컴>의 마지막 공항 장면에서는 데이비드와 빅토리아 베컴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그런데 '베컴 덕후'였던 제시는 의외로 크게 감동하지 않는다). 베컴은 엔딩 크레딧에 '특별히 고마운 사람'으로 따로 언급돼 있지만 자신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간 영화에 직접 출연하진 않았다(대신 베컴은 16년이 지난 2018년 <데드풀2>의 예고편에서 대중들에게 다소 낯선 '중후한' 목소리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키이라 나이틀리 여자축구 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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