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MBC
- 주말 <뉴스데스크>의 코너 중 하나인 '로드맨' 시즌2 '로드맨 앤 더 시티'가 최근 종영했어요. 이번엔 수도권 집중 문제를 다루셨는데 마무리하니 어떠신가요?
"일단 저희가 처음에 시즌제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다 완주할 수 있을지 좀 막막했거든요. 근데 잘 마쳐서 일단은 좀 후련한 것도 있고요. 이번에 섭외를 안 하고 다니는 콘셉트로 해본 것이거든요. 그래서 매번 갈 때마다 항상 불안을 안고 현장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일단 한 시즌을 무사히 잘 마무리해서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같이 고생하신 우리 PD나 작가님들 또 AD님, 카메라 기자님도 되게 뿌듯해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섭섭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사실 구독자분들이 여러 지역에 대한 제보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중에는 꼭 갈 만한 곳도 있어 보였는데, 아무래도 좀 겹치는 것이 있어서 대표성 있는 곳들로 골랐어요. 다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그래도 나름 완결성을 갖춰서 2020년이 가기 전에 마무리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 원래부터 서울 집중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사람이라서요. 서울 집중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 하더라도 솔직히 그 문제를 절박하게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저는 어떻게 보면 저도 모르게 혜택을 보는 입장이었던 거죠. 그러나 '로드맨' 시즌1을 하면서 상당수 사회 문제의 원인이 수도권 집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시즌2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니 정말 (문제가) 피부로 와 닿더라고요."
- 의료, 교육, 생활 여건, 환경, 교통, 인구소멸 등을 주제로 지역에 머물렀잖아요. 어떤 기준으로 주제를 잡은 건가요.
"일단 의료, 교육 등 큰 주제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릴 만한 것들이라 그렇게 특별한 건 아니에요. 다만 주제를 보여드리는 순서는 저희가 고민해서 배치했어요. 시즌을 시작할 무렵에 마침 공공의대 논의에 불이 붙었고,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었거든요. 의료 문제는 시의성 있는 주제기도 해서 저희가 2편에서 바로, 지방 의료 문제를 먼저 살펴봤어요.
의료문제를 살펴보다 보니 소아과가 없는 지방 도시들이 꽤 있는 거예요. 소아과가 왜 없지 하고 알아보니 학생 수가 없어서였어요. '어 그래 그러면 교육 문제를 볼까'를 생각해서 그 다음 편으론 교육을 택했죠. 학교가 부족한 도시는 일자리가 없잖아요. 그럼 일자리 문제를 살펴봐야 하는데, 앞서갔던 두 도시 모두 관광 산업으로 활로 모색하고 있더라고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까 모든 도시가 다 관광도시를 표방하는 거예요. 그에 따른 문제는 없을까, 생각하다가 관광도시 속초의 명암을 다루게 됐고요. 큰 주제는 정해놓고 있었지만, 앞선 도시에서 살펴본 내용을 바탕으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는 도시들 위주로 다음 지역들을 선정하면서 다녔어요."
- 취재 지역으로 가기 전에 사전 조사 혹은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공부를 생각보다 많이는 안 했어요. 예를 들어 경남 남해에 가서 지방의 열악한 교육문제를 살펴볼 때도 남해의 한 초등학교에서 내놓은 '전학 오는 학생들에게 집을 무료로 빌려드립니다' 이 한 줄만 가지고 갔어요. 나머지는 가서 들었습니다. 현장에 가서 주민들에게 생각을 물어보면 '아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저기 건너가 보면 더 심한 데도 많아'라고 해요. 그러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주민들이 이야기한 곳으로 가보고, 그런 식으로 즉흥적으로 움직였거든요."
- 섭외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 가면 막막하지 않나요?
"처음엔 막막하죠. 그래서 항상 출장 갈 때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안고 가게 되는데요. 저희가 구미편 제작할 때 특히 그랬어요. 구미편 제작 첫날엔 뭐가 하나도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날도 밤늦게까지 그냥 거리를 다니면서 계속 시민들한테 물어봤어요. 그러다가 구미 밤거리에서 고등학생들을 만났는데, '지금 입시 취업 시즌인데 특성화고 3학년 교실 분위기가 너무 안 좋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다음날 그 학교에 찾아갔죠. 하교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 학교 학생회장을 만나서 취업에 대한 어려운 점, 달라진 분위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뭔가 단초가 나올 때까지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뭔가 발굴하는 거죠. 그렇게 회차를 거듭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막막한 걸 좀 즐기게 되더라고요."
- 충북 혁신도시를 가셨잖아요. 근데 같은 혁신도시라도 똑같지 않을 거 같거든요. 예를 들어 충북 혁신도시는 수도권과 가까우니 출퇴근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경남 혁신도시는 또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데.
"충북 혁신도시 편 맨 앞부분에 서울에서 출퇴근하시는 공기업 직원들의 이야기가 다뤄지긴 했지만요. 사실 저희가 좀 더 주목한 부분은 그 뒤에 나온 내용이었는데요. 즉, 혁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혁신도시가 오히려 수도권이 아닌 지방 인구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제가 가 본 충북 혁신도시의 경우 수도권 주민들보다 인근 지역인 음성이나 진천 쪽 주민들이 이주해 와서 오히려 기존의 주변 도시들에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고요. 이건 모든 지방혁신도시가 공통적으로 갖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전문가는 기존 지방 도시들의 에너지가 빠지게 된다고 설명하더라고요. 그렇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력도 떨어지고요. 결과적으로 수도권의 중심 기능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더라고요. 이 점은 어느 혁신도시나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하고요. 혁신도시들이 오히려 그 지방 인구를 분산시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킨 게 핵심 주제라고 보고요. 이 문제를 전국의 혁신도시들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럼 서울에서 내려오는 직원의 수는 많지 않은 건가요?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원래는 수도권에 있던 것들이니 기존 직원분 중엔 서울에 삶의 터전을 꾸린 이들이 많죠. 갑자기 삶의 터전을 옮기기는 쉽지 않다 보니까 이전하는 비율이 높진 않고요. 그래서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주변 도시에서 그 수를 채우고 있는 건데요. 저희가 취재 이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공기업의 고용 형태도 문제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공공기관의 연구직 분들 가운데 계약직 비중이 꽤 높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직장에 계약직으로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는 상황이라면 누가 큰맘 먹고 삶의 터전 옮길 수 있을까요? 일단 혁신도시의 생활 인프라가 서울 대비 부족해서 이주율이 낮은 것도 사실이고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채용 형태 중 정규직 비중이 낮은 문제도 통근 버스를 유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였습니다."
- 지방 문제는 일자리가 없으니 인구가 줄고, 인구가 적으니 인프라도 안 깔리는 것 같아요. 계속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요.
"혁신도시들이 처음에 부지를 정할 때, 조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빈 땅에 지은 곳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땅을 사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그걸 아끼기 위해 논밭을 닦아서 지었는데, 그렇다 보니 한 10년 넘게 인프라를 구축해도 갈 길이 먼 것이죠. 말씀하신 대로 인프라와 일자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단기간에 둘 다 갖춰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혁신도시 정책을 이어오면서 계속 투자하고 있거든요. 일자리 유치도 계속하고 있는데, 여기에 새로운 자원을 투입하면 할수록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기존 도시들에 투입해야 될 자원이 분산되는 거예요. 혁신도시도 발전해 나가야 하고 기존 도시들도 계속 유지 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걸 동시에 하기가 어려운 거죠. 그럼 기존도시의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고요. 이 때문에 수도권이 점점 상대적 강자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그런 악순환이 또 하나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이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일자리가 없으니까 인구가 줄어드는 건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기업 유치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도 주로 공공기관 위주로만 이전했을 뿐, 민간 기업들은 여전히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한 상태더라고요."
- 현재 혁신도시를 지방 소도시에 만들었데 차라리 대도시에 하는 게 맞았을까요?
"네 말씀하신 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 광역시급이나 대도시, 즉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곳에 중심도시권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분이 지적하셨고요. 저희 방송에서도 소개했습니다. 저도 현장에 다니면서 여기에 공감했고요. 지방 거점의 힘을 키워서, 제2, 제3의 수도권으로 만들어야 건강한 지역 균형발전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김해에 사는 암 환자분이 부산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어야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부산 환자들마저도 서울로 오는 상황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지금 뭔가 잘못된 것이고요. 대형병원마저도 문을 닫고 있어요. 뒤늦게 정치권에서도 균형발전 해법에 대한 방향 변화가 좀 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논의 움직임이 제가 말씀드린 대안과 무관치 않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 마지막에 서울도 취재하셨는데 어땠어요?
"마지막 서울 편엔 지방에서 기회를 찾지 못하고 결국 서울로 올라와 사시는 분들 이야기를 담아봤어요. 인터뷰 하면서 생각한 건, (그 분들은) 기회를 찾아 서울로 왔지만, 서울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다는 거죠. 서울에서 버텨낸다는 것은 무언가 포기했다는 걸 의미하니까요. 포기하면서 서울에 올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일자리 때문에 온다고 하니까, 나이 들어 은퇴하신 어르신들은 서울을 떠나도 되지 않나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또 그분들은 의료 문제 때문에 서울을 떠나지 못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평생을 서울에 살 수밖에 없죠. 결국은 광역권의 중심 기능이 수도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도 이런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 지방 도시를 다니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지방 도시를 다니면 당연히 서울보다 열악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취재 과정에서 공항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됐어요. 인천공항이 생긴 뒤에, 물류와 산업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지방 도시들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고요. 그래서 각 지역마다 공항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취재 전엔 지자체마다 좋은 걸 유치하면 좋은 거니까 하는 거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요. 공항을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구미 공단에 가본 결과, 물류체계가 항공편으로 많이 바뀌면서 제조업 기반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항 같은 인프라들이 너무 북쪽에 쏠려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로드맨'의 슬로건이 '길 위에 답이 있다'잖아요.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셨나요?
"결국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수도권과 대적할 수 있는 지방의 광역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제가 얻은 답이에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일 것 같습니다. 국토 균형 발전 문제는 어느 한 정부의 임기 내에는 실현하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여야 없이 20, 30년 이상 꾸준히 밀고 갈 수 있는 장기 비전에 정치권이 대타협을 하면 어떨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로드맨'을 뉴스 속 코너로 시작해서 2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속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시청자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동안 저희는 '다음 방송을 막는다'가 아니라 '이번엔 무슨 이야기를 같이 해볼까?'란 마음가짐으로 제작을 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마음이 시청자분들께도 전해졌다고 믿어요. 그래서 다음에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 인터뷰를 보시고 다음 주제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이메일(email@mbc.co.kr)이나 MBC 로드맨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roadman_mbc) 등을 통해서 의견을 보내주세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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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