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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광복절 경례문 낭독... 나라사랑 재조명

스포츠 선수, 정부 경축식 등장 '이례적'...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

20.08.17 18:15최종업데이트20.08.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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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 모습 (2020.8.15)
김연경,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 모습 (2020.8.15) KBS·MBC·SBS 방송화면
 
김연경(32세·192cm) 선수가 정부가 주최한 광복절 경축식에 깜짝 등장해 화제가 됐다. 그러면서 김연경의 배구를 통한 나라 사랑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세계 최고 여자배구 스타인 김연경은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 순서 때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했다. 이어 참석자 모두가 애국가 제창과 묵념을 진행했다.

이날 광복절 경축식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정부와 정당의 주요 인사, 애국지사, 독립유공자 유족, 주한외교단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지상파 3사(KBS·MBC·SBS)는 물론, 종편, 뉴스 전문 채널 등에서 일제히 동시 생중계했다.

경축식 사회는 청산리 전투 100주년을 맞아 김좌진 장군의 후손인 배우 송일국씨와 청각 장애가 있는 이소별씨가 맡았다. 군 복구 중인 아이돌 가수 육성재가 경례하는 모습도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누리꾼들은 김연경이 경축식 TV 중계 화면에 등장하자 "대단하다", "자랑스럽다",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의 적임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대한독립 만세 운동화, 태극기 보호대... 오랜 해외 생활 영향도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장면 (2020.8.15)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장면 (2020.8.15)MBC 방송화면
 
스포츠 선수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문'을 낭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연경 측 관계자는 "김연경의 선수가 해외 리그나 대표팀 경기에서 나라 사랑을 연상케 하는 모습들이 종종 있었고, 그 때마다 화제가 됐었다"며 "그런 점 때문에 국기에 대한 경례문 낭독자로 선정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김연경의 '나라 사랑 사례'로 회자된 경우가 적지 읺았다. 특히 '광복절 운동화' 사건은 큰 화제가 됐었다. 김연경은 지난 2017년 8월 15일 필리핀에서 열린 '2017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8강전 대만과 경기에서 광복절을 기념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자신의 운동화 옆면에 있는 일본 기업 상품 로고를 가리고, 그 위에 '8.15 대한독립 만세!'라는 글자가 적힌 흰색 테이프를 붙이고 출전한 것이다. 당시 김연경이 일본 상품의 운동화를 신은 건, 해당 기업이 김연경의 스폰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김연경은 광복절 독립의 의미를 새기고자 개인적인 불이익과 논란을 감수하고 해당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 특별한 운동화는 이후에도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언급됐다. 

그 전에도 김연경의 나라 사랑은 종종 화제가 됐었다. 지난 2011년부터 여자배구 세계 최고 무대인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경기를 할 때도 팔꿈치와 손목에 '태극기가 새겨진 보호대'를 착용했다. 또한 소속팀이 우승할 경우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며 세리머니에 동참했다.

김연경의 이런 퍼포먼스는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 까지 11년 동안 해외 리그에서만 생활하면서 생긴 고국에 대한 애틋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자배구 인기 견인

김연경은 대표팀을 통한 나라 사랑도 모범적이었다.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장기간 해외 리그 활약에 따른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차출에 솔선수범했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의 뛰어난 경기력을 바탕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연달아 출전했다.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배구가 36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그리고 김연경은 4위 팀 선수임에도 대회 MVP를 수상하면서 또 하나의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두 번의 올림픽 출전은 여자배구가 국내에서 폭발적 인기 상승으로 이어진 최대 발판이 됐다. 또한 지난 1월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도 복근 부상이 심각했던 김연경을 비롯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언론의 더욱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여자배구의 인기는 프로야구를 위협할 정도로 치솟았다.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배구의 '1경기당 케이블TV 평균시청률'은 1.05%를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프로야구를 넘어섰다. 그러면서 평균시청률 부문에서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프로농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프로야구와 여자 프로배구의 몇몇 차이점을 감안해도 한국 프로 스포츠 현실에서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관련기사 : '찬밥 신세'였던 여자배구, 시청률 대박난 이유).

과감한 결단과 희생... 대중과 팬 '더 큰 사랑' 화답
  
 김연경(가운데) 선수,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 모습
김연경(가운데) 선수,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 모습 박진철 기자
 
김연경이 지난 5월 해외 팀들의 거액 연봉 제의를 뿌리치고, 국내 복귀를 전격 결정한 핵심 이유도 한국 여자배구에 올림픽 메달을 안겨주고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싶은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리그가 정상적으로 열릴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 때까지 자신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선 국내 V리그에 복귀하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성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복귀할 때도 김연경은 팀 선택권이 없었다. FA(자유계약선수) 규정, 임의탈퇴, 샐러리캡(팀별 연봉 총액 상한선) 등 전 세계 배구계 어디에도 실시하지 않는, 한국 V리그만의 '선수 규제' 제도들 때문에 흥국생명 팀으로만 복귀해야 했다. 

사실 김연경은 국제적으로는 이미 '소속팀이 없는 자유신분선수'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2014년 1월에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계약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FIVB가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김연경이 그동안 해외 리그에서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당시 흥국생명도 더 이상 추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프로구단들도 FIVB 판결에 맞춰 기존의 선수 계약 관행까지 변경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이 이번에 국내 복귀할 때, 또다시 FIVB 결정 내용과 배치되는 예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했다. 논란과 법적 다툼의 소지가 충분하지만, 김연경이 국내 로컬 룰을 따르기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덮어진 상태다.

김연경은 대의를 위해 많은 부분에서 희생을 감수했지만, 일반 대중과 팬들로부터는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 복귀하자마자 방송·연예계서도 대중적 호감도가 높은 특급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 비시즌 동안 지상파와 종편의 메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그러면서 배구 종목에 대한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했다.

김연경은 현재도 방송가와 CF 분야에서 섭외가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KOVO컵과 V리그 등 배구 시즌이 다가오면서 팀 훈련에 돌입한 상태다. 8월 이후부터는 방송 출연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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