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스틸 컷
(주)디스테이션
아키라는 점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곤 했다. 티가 팍팍 날 정도로 말이다. 사랑에 빠진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눈길은 그윽했으며,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죄다 그를 의식하는 패턴이었다. 하지만 점장이 이를 눈치 챌 리 만무했다. 그저 자신을 쓰레기보다 못한 눈길로 바라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점장은 아키라의 난 데 없는 사랑 고백에 그만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해한다. 물꼬가 트인 아키라의 사랑 공세는 파상적이었다. 난처해하는 점장은 아랑곳없이 거침이 없었다. 데이트를 신청하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갖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도 대폭 늘렸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키라의 꿈과 사랑을 응원한다
아키라와 비슷한 또래의 사랑은 아직은 덜 여문 풋풋함으로 대변된다. 반면 점장처럼 중년에 이른 이들의 사랑에는 완숙미가 흐른다. 때문에 두 사람의 사랑은 그 나이의 간극만큼이나 굉장히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점장이 아키라의 사랑 고백에 난처해하는 모습은 충분히 예견되는 데다 이해도 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이 애초 여고생 아키라의 꿈과 사랑을 좇는 달달한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그 사랑의 대상이 점장이라는 중년 남성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순수와 완숙 사이에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그럼에도 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태도를 견지하면서 자칫 끈적거리는 사랑 놀음으로 변질될 수도 있었던 극의 흐름을 용케 피한 대목은 다행스럽게 다가온다. 아키라는 점장 덕분에 잃었던 꿈을 재차 뒤쫓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