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주민진의 인터뷰 모습
JTBC 화면 캡쳐
끔찍한 대물림, 나아지지 않는 빙상계
주민진의 인터뷰 가운데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폭력 실태가 대물림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민진은 "심석희를 폭행했던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는 과거 내가 폭행을 당했을 당시 굉장히 가슴 아파했던 선배"라면서 "그랬던 선수가 똑같이 후배 선수에게 폭행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트트랙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동계올림픽 때마다 항상 금메달밭으로 꼽혔고 실제로 정식종목이 채택됐던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때부터 평창 대회까지 매 대회마다 최소 2개 이상씩의 한국 선수단 금메달을 책임져 왔다. 하지만 선수들과 코치진 입장에서는 그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도 상당했고, 이는 곧 성적 지상주의로 이어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성적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은 결국 폭력이라고 하는 해서는 안되는 카드를 꺼내들게 만들게 한 주범이었다. 또한 심석희가 지난 17일 법정에서 지목했던 '특정 선수 밀어주기' 현상도 나타나게 됐다.
또한 선수들이 은퇴하고 난 후 지도자가 되기까지 제대로된 교육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주민진은 JTBC를 통해 "모든 사람의 죄는 무지가 아닌가 싶다"면서 "세대가 변하면서 코치, 감독은 당연히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지 않고 무조건 많은 훈련 양과 그냥 한번 때리면 따라오는, 폭력을 행사하는 예전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그 외에 더 좋은 훈련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것을 그대로 계속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실태를 꼬집었다.
금메달 고집시대 끝나... 성적=폭력이 답인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 스포츠는 더 이상 금메달이 아닌 선수들의 땀방울과 눈물에 더 많은 박수를 보냈다. 대표적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전 국민적으로 영미 열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 1980~90년대와 다르게 금메달이나 1등과 같은 결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올림픽에 오기까지 겪었던 과정들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이렇게 추세가 변해가고 있음에도 쇼트트랙 계는 그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금메달과 성적에만 집중하는 것은 여전하고, 어린 꿈나무들은 폭력이라고 하는 끔찍한 굴레 때문에 제대로 된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있다.
체육계 내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변천사와 주민진은 JTBC를 통해 "당시 운동선수는 '맞으면서 할 수도 있지' 인식들이 좀 더 강했던 때였다. 또한 우리가 중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코치진들이 얘기하지 말라고 협박하기도 했고, 어디에 얘기를 한다고 해도 쉽게 해결될 수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선수들이 십수년째 희생당하고 있었음에도, 체육계 내부에서는 선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거나 실태를 고발할 수 있는 길을 전혀 만들지 못했다.
더 이상의 폭행을 막기 위해 용기를 낸 심석희의 보고 난 후 그의 선배들은 조금 더 용기 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며 후배를 응원하고 있다. 쇼트트랙계, 그리고 나아가 한국 체육계가 지금보다 발전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통해 폭행이라고 하는 뿌리가 반드시 뽑아야만 한다. 올림픽을 금메달을 따는 장면만 보기 위해서 보던 시대는 분명히 지나갔다. 체육계 내부에서 자정 능력을 갖추고 되풀이 되는 악습을 없애야만 쇼트트랙은 물론 한국 체육이 지금보다 더 큰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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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