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쇼트트랙계 폭력 파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동계스포츠 효자 종목으로 군림하던 쇼트트랙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폭행'이라는 끔찍했던 대물림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이자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주민진씨는 지난 20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자신도 과거 선수시절 폭행을 당했다"며 빙상계 문제가 상당히 오래됐다고 밝혔다.
앞서 19일에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계주 금메달리스트이자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쇼트트랙 매니저로 근무했던 변천사가 JTBC <뉴스룸>을 통해 빙상계 민낯을 공개하기도 했다. 수십년째 깊게 뿌리 박힌 스포츠계 폭력이 하나둘씩 세상에 드러나고 있다.
15년 지나도 변함없는 '폭력'
변천사와 주민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터졌던 심석희의 폭행 피해 사건을 보면서 모두 자신들이 옛날에 당했던 것과 똑같다며 입을 모았다.
변천사는 2004년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에 있었지만 당시 코치진으로 폭행을 당해 여자 대표팀 선수들 전원과 함께 선수촌을 무단 이탈했다. 이는 마치 심석희가 지난 1월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로부터 폭행을 당해 진천선수촌을 빠져 나온 것과 똑같았다. 변천사는 "도구로도 굉장히 많은 폭행을 당했었고 손과 발로 찬다든지 머리를 잡고 저희를 세게 집어던지는 폭행이 일어났었다"고 회상했다.
주민진도 "제가 대표팀 선수 시절 전부터 그래왔다"며 "심석희, 변천사의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제가 당한 거랑 비슷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머리채를 흔들거나 독방에 들어가 폭행을 당한 것 등 비슷한 일이 많았다"며 "국제시합이나 외국 전지훈련 중 방으로 불러 거기서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변천사와 주민진은 모두 2000년대 초중반에 태극마크를 달고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대회에 나섰던 선수들이다. 즉 지금으로부터 15년여 전에 일어났던 일이었던 것. 그런데 그렇게 오래 시간에 지났음에도 똑같은 폭력 사태가 또 불거지면서 결국 쇼트트랙계 내의 폭력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지도자들은 폭행을 휘두른 이유로 모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고 변명했지만 폭행을 당했던 선수들은 그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주민진은 "그 당시에 그렇게 폭행을 당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냈던 선수들도 있다. 꼭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좋은 성적을 내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선수 생명이 끝난 선수들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폭행을 당하는 것과 성적과는 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