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역을 맡은 제이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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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인 빌리(제이미 벨)가 그렇다. 반강제로 권투를 배우는 그는 재능도, 흥미도 없다. 코치가 보다 못해 빌리에게 샌드백 치기를 시키자, 그는 발레수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탄다. 발레를 가르치던 윌킨스 부인(줄리 월터스)은 이를 보고는 그에게 수업을 듣기를 권한다. 그 후로 빌리는 조금씩 발레에 빠져들고, 그녀에게 일대일 교습을 받는다. 게다가 엘리트만 갈 수 있다는 로얄 발레학교의 오디션까지 보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오디션을 보기까지는 결코 순탄치 않다. 사회적 편견이 그의 재능을 옥죈다. 그 편견이란 발레는 여자가 하는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근거 없는 선입견이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가족들은 거칠게 반대한다. 까닭을 보다 깊게 살펴보면 좀 더 복잡하다.
일찍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의 집안은 할머니, 아버지, 형 그리고 빌리 이렇게 네 식구다. 보시다시피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게다가 아버지는 완고하며 형 또한 그에 못지않게 고집이 세다. 이렇다 보니 가정의 거센 반대는 빌리의 꿈을 향한 발걸음을 붙잡는다. 그나마 할머니는 그를 응원하지만, 영향력이 크지 않은 탓에 큰 힘이 되어주진 못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포기 않는 윌킨스 부인은 빌리를 찾아간다. 그로 인해 아버지, 형, 윌킨스 부인, 빌리는 4자 대면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영화의 첫 번째 명장면이 나온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언쟁으로 번지며 대립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 한가운데 있던 빌리의 짜증나고 답답한 심경을 탭댄스로 표현한다.
원뜻과는 어긋날지 모르나, 이를 보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이 떠올랐다. 그의 불안정한 마음을 감정이 담긴 대사로 듣는 대신 울분의 탭댄스로 마주하니 단번에 와 닿으며 머릿속에 각인된다. 거기에다가 경쾌함을 넣어 보는 재미까지 선사한다. 인물의 감정묘사와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다잡은 훌륭한 연출이다.
아들의 미래와 자존심, 갈림길에서 아버지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