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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들도 알아야 할 '며느리'의 삶, 적나라하게 보여주마

[현장] TV 판 <며느라기> < B급 며느리>, MBC 파일럿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시사회

18.04.10 20:30최종업데이트18.04.1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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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며느리들은 '이상한 나라'에 산다. 처가에 간 사위들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지만, 시집에 간 며느리들은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가 앞치마를 두른다. MBC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런 며느리를 카메라로 쫓는다.

20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사전 시사회에서는 파일럿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댁을 찾은 며느리 민지영, 설 전날 만삭의 몸으로 시댁에 가 전을 부치느라 진이 다 빠진 5년 차 며느리 박세미,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워킹맘 김단빈.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카메라를 비추고, 그 포커스를 며느리에게 맞추자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실체가 드러난다.

TV 판 <며느라기> < B급 며느리>...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일상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MC를 맡은 (왼쪽부터)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가수 이지혜, 가수 이현우, 배우 권오중.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MC를 맡은 (왼쪽부터)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가수 이지혜, 가수 이현우, 배우 권오중.MBC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웹툰 <며느라기>와 영화 < B급 며느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두 작품은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요구받는 불합리한 희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폭발적인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초 MBC 콘텐츠 협력센터에서 외주 제작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획안 공모를 통해 선발된 프로그램이다. 출품된 138편의 기획안 중 스튜디오 테이크원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발탁된 이유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이영백 MBC 콘텐츠협력 2부장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중 가장 뿌리 깊은 문제는 사람 사이의 서열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나이나 서열에 의한 위계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그룹이 '가족'이고, 그 안에서 여러 문제가 중첩된 존재가 며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자식은 부모의 소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성인이 돼서도 그렇지 않나. 며느리는 그저 아들의 배우자일 뿐인데, 나의 소유물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다. 위계 문제와 가족주의, 여성차별 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며느리다. 지금 이 시대에서 하는 것이 당위가 있고, 소구력 있게 봐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고부갈등'을 다루는 흔한 프로그램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며느리를 현 가부장제의 피해자로 놓으면, 시어머니는 피해자를 직접 압박하는 가해자로 놓기 쉽다. 하지만 웹툰 <며느라기>는 실은 그 시어머니조차 가부장제와 유교문화권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역시 흔한 고부 갈등 프로그램처럼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대결 구도로 놓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 테이크원의 박지아 본부장은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남녀 불평등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 제도에서 전장의 최전선에 나가 있는 존재들인 것 같다"면서, "시어머니 역시 잘못된 구조 속에서 억압당한 피해자라는 것, 남편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사회의 무의식이 쌓이고 있다는 점 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기존 고부갈등 프로그램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잘못된 캐릭터 싸움이라고 본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이 구조의 원인을 깨닫고, 그 집단의 문화와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흔한 고부 갈등 프로그램과 다른 이유

 10일 서울 상암 MBC에서 열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기자시사회를 마치고 스튜디오 테이크원 박지아 본부장(왼)과 이영백 MBC 콘텐츠협력 2부장(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0일 서울 상암 MBC에서 열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기자시사회를 마치고 스튜디오 테이크원 박지아 본부장(왼)과 이영백 MBC 콘텐츠협력 2부장(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배우 민지영, 개그맨 김재욱 부인 박세미, 일반인 워킹맘 김단빈 등 세 며느리의 일상을 MC 이현우, 권오중, 이지혜, 그리고 좋은연애연구소 김지윤 소장이 함께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는 형식이다.

이날 공개된 1회 영상에서 이현우와 권오중은 자신들의 집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아내들의 고충을 지켜보며 당황하며 놀란 모습을 보였다. 박지아 본부장은 "이현우와 권오중은 스스로를 아무런 문제 없이, 남편으로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며느리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깨닫고 배우게 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혼 7개월 차 며느리 이지혜와 12년 차 며느리 김지윤 소장은 며느리의 편에 서서 며느리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시어머니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라는 점을 짚어줄 만한 패널이 없다. 제작진은 흔한 고부 갈등 구도로 보이기를 거부한다고 했지만, 1회에는 며느리들의 불합리한 시집살이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이들의 반대급부인 시어머니의 부정적인 모습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이영백 부장은 "파일럿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모든 대안을 정확하게 말씀드릴 순 없었다"면서 "파일럿 3편의 이야기 속에서 며느리와 남편들의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을 객관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출연자들 중 전문적으로 페미니즘을 공부한 사람이 없지만, 우리의 의도를 무겁고 진지하게 보여주기보다는 담담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스스로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아 본부장은 "우리 프로그램은 어떤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끝없이 문제가 되는 포인트들을 보여드리면서 모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의식의 문을 두드리는 프로그램이다. 그게 이 프로그램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정성후 PD는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세 가지 측면에서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째는, 미투를 비롯한 여러 페미니즘의 이슈 속에서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 두 번째는, 어느 집에서든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을 보고 함께 분노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의식이 성장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며느리들의 불합리한 일상을 비춘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파일럿 3부작으로 제작되었으며 4월 12일, 19일, 26일 3주간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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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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