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MC를 맡은 (왼쪽부터) 김지윤 좋은연애연구소 소장, 가수 이지혜, 가수 이현우, 배우 권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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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웹툰 <며느라기>와 영화 < B급 며느리>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두 작품은 대한민국 며느리들이 요구받는 불합리한 희생과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며 폭발적인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초 MBC 콘텐츠 협력센터에서 외주 제작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획안 공모를 통해 선발된 프로그램이다. 출품된 138편의 기획안 중 스튜디오 테이크원의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가 발탁된 이유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이영백 MBC 콘텐츠협력 2부장은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 중 가장 뿌리 깊은 문제는 사람 사이의 서열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나이나 서열에 의한 위계가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그룹이 '가족'이고, 그 안에서 여러 문제가 중첩된 존재가 며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자식은 부모의 소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성인이 돼서도 그렇지 않나. 며느리는 그저 아들의 배우자일 뿐인데, 나의 소유물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다. 위계 문제와 가족주의, 여성차별 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것이 며느리다. 지금 이 시대에서 하는 것이 당위가 있고, 소구력 있게 봐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이 '고부갈등'을 다루는 흔한 프로그램으로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며느리를 현 가부장제의 피해자로 놓으면, 시어머니는 피해자를 직접 압박하는 가해자로 놓기 쉽다. 하지만 웹툰 <며느라기>는 실은 그 시어머니조차 가부장제와 유교문화권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역시 흔한 고부 갈등 프로그램처럼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대결 구도로 놓는 것이 아니라, 시어머니 역시 피해자라는 점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 테이크원의 박지아 본부장은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남녀 불평등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 제도에서 전장의 최전선에 나가 있는 존재들인 것 같다"면서, "시어머니 역시 잘못된 구조 속에서 억압당한 피해자라는 것, 남편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사회의 무의식이 쌓이고 있다는 점 등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어 "기존 고부갈등 프로그램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잘못된 캐릭터 싸움이라고 본다면, 우리 프로그램은 이 구조의 원인을 깨닫고, 그 집단의 문화와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흔한 고부 갈등 프로그램과 다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