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쾌속질주지난해 3월 17일 오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7 BMW IBSF 봅슬레이 & 스켈레톤 월드컵' 남자 스켈레톤 경기에서 윤성빈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윤성빈도 고3이던 2012년까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신림고, 김 교사도 당시 신림고에 재직 중). 김 교사의 표현대로라면 "성빈이는 놀기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는, 그래서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과 체육관에서 볼 수 있었던 아이"였다. 방과 후 체대 입시반을 운영했던 김 교사는 그런 윤성빈을 눈여겨보고 함께 체대 입학을 목표로 잡았다.
함께 운동을 시작한 뒤, 윤성빈은 김 교사를 자주 놀라게 만들었다. 김 교사는 "30여 년 교직 생활 동안 저렇게 체격이 잘 갖춰진 친구는 처음 봤다"며 몇 가지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도 밖에서 언덕을 오르내리며 달리기를 한 뒤 체육관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제가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성빈이가 친구들이랑 장난을 치면서 뒤따라오고 있었죠. 한 친구가 농구대를 향해 점프를 했는데 림에 손이 닿지 않았어요. 그 모습을 보고 성빈이가 (그것도 못하냐는 식으로) '에이'라고 말하더니 제자리 점프로 림을 잡는 거예요. 곁눈질로 그걸 보고 너무 신기해서 다시 한 번 잡아보라고 했어요. 점프를 '팡'하고 뛰더니 또 떡하니 림을 잡는 거예요. 제가 농구선수 출신이거든요? 고1만 됐어도 제가 농구를 시켰을 텐데..."김 교사는 윤성빈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날아다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가 소개한 또 다른 일화다.
"체대 입시를 위한 종목 중에 제자리 멀리뛰기가 있거든요. 보통 아이들이 2m 6, 70cm를 뛰고, 좀 잘 뛰면 2m 80cm를 뛰어요. 근데 이 녀석이 3m를 뛰더라고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었죠. 성빈이의 그런 하나하나의 모습이 '아, 이 친구는 운동을 위해 태어난 친구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돌이켜보면 '세계랭킹 1위 윤성빈'의 탄생은 우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수많은 우연이 모여 필연을 만들어냈고, 김 교사도 그 필연을 만든 누군가 중 한 명이 됐다.
먼저 2전 3기 끝에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됐고, 대한민국에 첫 썰매 종목 경기장(올림픽슬라이딩센터)이 생기는 등 인프라가 확충됐다. 그러면서 한국체육대학의 강광배 교수(체육학과, 46)를 중심으로 썰매팀도 만들어졌다(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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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가 썰매팀 선수 영입을 고민할 때, 김 교사는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의 이사를 맡고 있었다. 농구선수 출신인 김 교사였지만, 지인의 부탁으로 썰매 종목에 애정을 쏟고 있던 때였다. 그 즈음 김 교사는 윤성빈을 만났고, 강 교수에게 윤성빈을 추천했다.
한체대에서 썰매팀 테스트가 있던 당일, 김 교사는 점심 즈음에서야 "정말 괜찮은 아이가 있는데 혹시 고등학생도 괜찮을까?"라고 물었다. 강 교수는 "당연하죠. 상관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김 교사는 곧장 윤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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