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최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이사의 프로필 이미지.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아시아브릿지컨텐츠를 대표하는 간판은 '김수로 프로젝트'이다. 2011~2012 연극 <발칙한 로맨스>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김수로(SM C&C)가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고 최 대표와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국내 창작진과 배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관객에게 더 다양한 종류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의욕적으로 시작했다. 결과는 기념비적이었다. '브로드웨이'로 대표되는 대극장 라이선스 위주의 국내 무대 환경에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작은 규모의 '오프 브로드웨이' 작품을 흥행에 성공시켰다. 또한 연극도 얼마든지 대극장에서 호연할 수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고, 성 소수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작품도 소개했다. '김수로'라는 이름은 대학로에서 공연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키워드가 될 정도였다.
2014년부터 2015년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여파 등으로 공연계 전체가 침체했던 시기이다. 하지만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공격적으로 작품을 올렸고, 사업도 확장했다. 연기학원 설립, 카페 운영 등 다각도로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김수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좋은 공연을 여럿 무대에 올렸으나 상업적으로는 연이어 실패했다.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은 손에 꼽혔고, 이로 인해 2016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13번째 극, 뮤지컬 <고래고래>의 경우에는 영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입은 손해가 컸다. 뮤지컬 제작에 18억 원 가량 들었고, 영화화에 추가로 10억 원(마케팅비 제외)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크랭크업 되었으나, 영화관을 잡지 못하고 묵혀두다가 지난 5월에야 간신히 개봉했다. 그러나 제작한 지 한참 후 겨우 스크린에 올린 작품이었기에, 상영관조차 제대로 확보할 여력이 없었다. 별다른 반응을 부르지 못한 채 상당한 손해만 남겼다.
여기에 파열음이 더욱 커진 건 김수로 프로젝트 14번째 작품인 연극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었다. 국내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 받았다. 하지만 원가를 낮추기 위해 대본만 수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음에도, 해외 원저작자에게 라이선스 비용을 제 때에 지급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저작권자의 반발로 인해 더 이상의 국내 공연 자체가 영원히 불가능해졌다.
대개 공연은 초연 때 높은 비용이 소요되고, 재연 삼연을 거치면서 비용이 감소하여 수익이 높아진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재연을 준비 중이었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미 대관을 해두었기에 무대를 비워둘 수는 없었다. '대타'로 <택시 드리벌>을 올렸지만, 애초에 소극장용으로 제작된 작품을 급작스럽게 중·대극장 규모로 확장했기에 성과는 좋지 못했다. 2015년에는 꽤 흥행했던 <택시 드리벌>이지만, 2016년 결국 대관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종연하게 된다.
19번째 극 <곤 투모로우>도 아시아브릿지컨텐츠에 큰 타격을 줬다. 야심차게 올린 대극장 작품이었고,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대극장용으로 제작된 초연 창작극이 처음부터 잘 되기란 어려웠다. 그나마 후반부에는 입소문 덕분에 표가 조금 붙었으나,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에는 턱도 없었다. 아시아브릿지콘텐츠가 배우 출연료와 스태프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곤 투모로우> 때부터 크게 돌기 시작했다. 출연 배우 대부분이 현재까지도 제대로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후 20번째이자 마지막 김수로 프로젝트인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상업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올해 초 막을 내린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 앙상블 페이도 미지급된 상태이다.
'김수로 프로젝트'의 몰락과 함께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결국 90억 원의 부채만 떠안게 됐다. 생계의 위협을 느끼게 된 배우도 있었고, 페이 받기를 아예 포기한 배우도 있었다. 일부 직원의 임금 체불도 풀리지 않고 있다.
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