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9월 5일 오후 6시]"최진 대표, 자살했대."21일 오후, 고 최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대표가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타사 동료 기자에게 처음 들었을 때 속에서 뭔가가 '쿵'하고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고 최 대표가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페이(스태프 임금, 배우 출연료 등) 미지급 사태를 취재하던 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는 며칠 전부터 오갔다. 공식채널이 묵묵부답인 상황에서 주변인들은 '설마' '제발, 아니겠지'하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사실이었고, SBS가 21일 늦은 오후 최초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 미워하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니까 너무…."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 중에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고 최 대표의 죽음이 공연계에 전한 충격은 컸다.
연극·뮤지컬계에서 임금이 밀리는 건 일상다반사이다. 어떤 회사 대표는 회사를 내팽개치고 해외로 도피하기도 했고, 어떤 회사는 상연을 하루 앞두고 공연을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을 여럿 론칭했던 상업극 기획사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처음이다.
부채가 90억 원에 다다를 정도로 위태로웠던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사정은 <브릿지경제>의 11일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3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서울회생법원 제11부는 이를 받아들여 7일 포괄적 금지명령 공고와 함께 채권자 명단을 공개했다. 채권자들 중 상당수는 배우 혹은 배우들이 소속된 소속사였다. 하지만 아시아브릿지컨텐츠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은 훨씬 전부터 돌고 있었다. 공연에 성실히 참여했음에도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배우가 수두룩했고, 스태프 중에도 임금이 밀리는 경우가 있었다. 트위터에는 페이 미지급에 항의하기 위한 계정이 만들어졌다. 최근까지도 몇몇은 실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고 최 대표가 유달리 악독한 사업자였던 건 아니다. 그는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고, 실제 공연계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전의 고인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페이 지급을 요구한 이들이 죄인 취급 받아서도 안 된다. 그들에게는 당연한 권리요구였고,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페이 미지급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아시아브릿지컨텐츠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연계 전체가 떠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