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홈커밍>히어로에 대항하는 반영웅적 악역 벌처를 연기한 마이클 키튼. 과거 배트맨을 연기한 그가 마블 영웅에 맞서는 악역을 연기했다는 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버드맨> 속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외양의 캐릭터란 점도.
소니 픽쳐스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몇 차례 시행착오 끝에 저 스스로가 가진 가능성을 깨닫는다. 그는 역경 속에서 이제껏 아이언맨이 겪고 배웠을 것들, 그러니까 힘에 따른 책임과 선택의 무게를 차츰 알아간다.
좀도둑과 강도를 잡으며 동네 영웅으로 소소하게 활약하다 외계물질로 만든 무기를 밀매하는 전국구 악당 벌처(마이클 키튼 분)와 상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과정은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키는데 충분한 자양분이 되어준다. <홈커밍>의 마지막 장면에서 슈트를 입은 피터가 영화가 시작할 때의 그와는 전혀 다른 인물로 보이는 이유다.
한편 피터의 반대편에 선 벌처는 묘한 공감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불법으로 무기를 제조해 돈을 벌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물건을 탈취하려는 계획까지 품고 있지만 그 출발이 정의의 편에 선 히어로들보다 우리의 모습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부 그는 폐기물 처리업체 사장으로 <어벤져스> 뉴욕 대전투 이후 남겨진 외계물질을 처리하는 사업권을 따내 일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벌처 앞에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지원하는 기관 데미지 컨트롤 직원들이 나타나 사업장에서 빠져줄 것을 요구한다. 우주에서 온 모든 물질을 그들이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벌처는 사업권을 정당하게 따냈고 이 사업에 자신은 물론 직원들과 그 가족의 삶이 달려있다고 호소하지만 데미지 컨트롤은 이를 묵살하고 벌처와 그 직원들을 현장에서 쫓아낸다.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판단해 빚까지 져가며 장비를 구입한 그의 사업은 그대로 고꾸라질 밖에 도리가 없다. 벌처가 토니 스타크와 그의 기업에 원한을 품었을 건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벌처는 동료들과 함께 작업현장에서 빼돌린 외계물질로 무기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 당연히 불법이지만 합법적인 일을 할 때도 토니 스타크와 어벤져스의 세상이 그를 막아서지 않았는가.
히어로가 지키는 건 히어로의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