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은 개봉 15일만인 지난 26일 누적 관객수 504만7716명을 기록했다. 역대 5월 개봉 영화 중 최단 기간 500만 돌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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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용으로 들어갈 차례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의심을 의심하게 됐다. 종구의 직업은 경찰이다. 경찰은 늘 증거 더미 속에서 끝없이 의문을 던져야 하는 사람들이다. 종구 역시 극 초반에서 연달어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실체에 의심을 한다. 감독은 극중 무명(천우희)의 입을 빌려 종구의 의심 때문에 귀신이 종구의 딸 지혜(김환희)에게 들어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딸에게 귀신이 들린 건 종구의 의심 때문에 내려진 징벌인가?
영화는 이 같은 의문에 쉽게 답을 주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답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일광은 단지 미끼를 문 것뿐이라며 종구를 안심시킨다. 반면 무명은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징벌일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사실 영화의 모든 구성요소가 이렇게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게 흘러간다.
영화든 소설이든 연출자(작가)들은 기승전결의 꽉 짜인 구성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관객(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과관계를 깨는데 더 공을 들인 것 같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보는 시선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심어 놓고 관객들의 반응을 떠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감독의 이 같은 의도는 악마와 부제와의 대화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동굴에 은신해 있던 악마는 자신을 찾아온 부제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러나 직접화법은 아니다. 부제가 악마라고 했기에 자신이 악마라는 것이다. 이러자 부제는 엄청난 혼란을 일으킨다. 바로 이때 악마는 신약성서 누가복음의 말씀을 부제에게 들이댄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발을 보아라. 틀림없이 나다! 자, 만져보아라. 유령은 뼈와 살이 없지만 보다시피 나에게는 있지 않으냐?" - <공동번역 성서> '누가복음' 24:38~39아마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악마가 성서 말씀을 인용하는 광경이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악마 역시 성서를 잘 안다. 예수는 광야에서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 악마는 성서 말씀을 들먹이며 예수를 유혹한다. 실제 역사에서도 성서가 악마적 욕망과 결합해 자주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지금 이 나라는 어떨까? 이른바 주류 기독교계는 성서 말씀을 무기 삼아 여성, 타종교,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히 부추긴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종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
나홍진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을 "코미디이자 정통 상업영화"라고 규정했다. 감독이 재미 삼아 갖가지 소재들을 뒤섞어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코미디라는 규정과 달리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믿음이 미덕일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설파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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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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