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희자(김혜자 분)와 정아(나문희 분). 그리고 이를 알게 된 완(고현정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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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좋은 날"이라며 빌딩 옥상에 올라간 희자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한편 '그럴 만도 하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쓸쓸한 노년의 삶. 그들의 여전한 악다구니와 해프닝은 '뭐 나이 들어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을 일으켜 더 씁쓸하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희자와 정아의 교통사고가 있다. 한밤중 고속도로에서 <델마와 루이스> 기분을 내던 정아와 희자는 운전 미숙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그리고 너무 놀라 뺑소니를 친다. 운전도 못 하는 노인네들의 주책없는 한밤중 드라이브라는 상황을 뛰어넘은 이 사고를 통해 작가 노희경은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삶으로서의 '노년'을 역설적으로 정의해 낸다.
빌딩 옥상에 올라 떨어져 죽으려다 떨어지는 자신 때문에 거리의 행인이 다칠까 한강 다리로 자리를 옮기던 희자는 여전히 삶에 미련이 없다. 하지만 정작 정아와 함께 사고를 낸 순간, 그녀는 아직 자신이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경험한다.
정아의 역설은 다른 지점에서 온다. 뺑소니를 친 사실을 안 완이 자수를 권하자 자신이 친 피해자가 "살 날 얼마 안 남은 늙은이라 다행"이라던 그녀는 완의 차 백미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자신으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 피해자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년의 삶에 감정 이입한다.
노희경 작가는 <디어 마이 프렌즈>의 이런 죽음의 역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징그러워'마지않는 노년의 끝나지 않은 삶에 대한 공감을 제시한다.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여전한 열망을 깨달은 두 노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감동시킨다.
아직 죽고 싶지 않은 자신을 깨달은 희자가 선택한 행보는 정아 대신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자수하려는 결심이었다. 남편(신구 분)도 있고,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세 딸이 있는 정아와 달리, 남편도 없고 자식들도 알아서 잘살고 있어 걸리적거릴 것이 없는 자신의 삶을 핑계로 친구의 죄를 뒤집어 쓰려 하는 것이다.
늙은 두 친구는 손을 꼭 잡고 경찰서로 향한다. 끝나지 않은 삶을 향한 욕구와 욕망이 아닌, 나이가 들어도 여전한 이타적이고 도덕적인 존재로서의 어른. 그들의 여전한 삶을 응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의 독설을 후회하며 달려온 완이처럼, 우리 역시 노인들을 향한 선입견과 편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음에 반성하게 된다.
이제 4회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의 노년은 '훈계'나 하며 자신의 존재를 위해 '인정 투쟁'을 하는 뒷방 세대가 아니다. "죽는 것보다 내일 밭농사가 더 걱정"인 오쌍분(김영옥 분) 여사처럼 오늘의 삶에 펄떡이는 이들의 빛나는 노년 이야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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