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지휘봉을 잡았던 박종환 감독.
이상민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박 감독은 그가 남긴 업적에서 보듯, 결코 무능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단지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 감독은 권위와 강압이 아닌 소통으로 젊은 세대의 선수들을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뿐이다. 축구팬들이 박종환식 축구를 빗대어 만든 표현이 바로 '빠따타카'다. 체벌을 의미하는 '빠따'와 패스축구를 의미하는 '티키타카'를 결합한 것으로, 박종환 감독이 강압적인 지도방식으로 선수들의 능력치를 끌어내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요즘도 한국축구가 졸전을 펼치거나 도마에 오를때마다 축구팬들이 '박종환 감독을 불러와서 빠따타카를 시켜야 정신 차린다'식의 애드립을 종종 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축구판 삼청교육대같은 상징적인 의미로 박종환 스타일이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약 30년전만해도 시대를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박종환 축구가 이제는 '구시대의 유산'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떤 면에서 박종환 감독의 복귀와 실패는 한국축구에는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라누스 미헬스나 아리고 사키, 매튜 버스비, 알렉스 퍼거슨같은 전설적인 감독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80~90년대 한국축구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최고의 성공을 거둔 박종환 감독이 오늘날에는 '흑역사' 정도로 남게된 것은 본인에게나 한국축구에게 있어서나 비극이었다.
이런 사례는 박종환 감독만이 아니다. 1990년대 대우 로얄즈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이차만 감독은 박종환 감독과 같은 해인 2013년 경남 사령탑을 맡으며 15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역시 성적부진으로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그해 8월 사임했다.
야구에서 통산 10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하며 역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코끼리' 김응용 감독은 2013년 칠순의 나이에 한화 지휘봉을 잡으며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2년 연속 최하위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김 감독은 경질되지는 않았지만 재계약에 실패했고,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감독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평생 쌓아온 야구인생에 큰 흠집을 남겼다.
최근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는 김성근 한화 감독이다. 공교롭게도 김응용 전 감독의 후임으로 2015년부터 한화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한국스포츠계에서 70대를 넘긴 노장으로서는 드물게 성공적으로 장수한 인물로 꼽혔다. '야구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김성근 감독은 한국프로야구사에서 최고의 명장 중 한명으로 추앙받았으며, 소신있는 언변과 철학으로 스포츠 감독을 넘어 오피니언 리더로까지 부상한 보기드문 인물이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논란의 중심에 있다. 우승후보로 꼽혔던 한화의 성적부진과 꼴찌추락,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난 김성근 감독의 팀 운영상의 여러 문제점과 혹사 논란 등이 불거지며 김 감독은 평생 쌓아온 야구인생의 명예에 큰 오점을 남기고 있다. 한때 김 감독을 존경과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던 팬들은 그의 리더십을 둘러싼 명암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엄청난 실망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야구'라는 비아냥 듣는 김성근식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