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편집장을 피해 책상 아래 숨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 분). 완성본을 본 그녀의 심정이 꼭 이렇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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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뿐 아니라 캐릭터 역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창의적인 부분은 찾을 수 없었고, 너무도 전형적인 나머지 쉰내가 나는 장면들로 가득했다. 류현경, 진경, 배성우, 류덕환 등 재능 있는 배우들이 맛없는 음식점의 밑반찬처럼 아무렇게나 깔렸었다. 이들의 연기에선 어떠한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할 수 없었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이었다. 문제는 배우가 아닌 작품에 있다고 확신한다.
연출 역시 식상했다. 영화엔 결정적인 부분이라 부를 만한 장면이 크게 세 차례 등장한다. 악역인 장 대표(진경 분)와 도라희가 만나 적나라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 기사를 왜 내보내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도라희에게 부장이 밥그릇의 무거움을 아느냐고 쏘아붙이는 장면, 모든 문제가 해소된 이후 톱스타 우지한(윤균상 분)이 도라희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내리는 데 결정적으로 이바지한다.
영화적이라기보단 차라리 연극적이라고 불러야 할 이 세 장면은 영화가 갈등을 고조시키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소위 '결정적' 장면들이다. 감독은 이러한 순간순간을 공들여 만든 에피소드와 소소한 설정을 통해 빚어내는 대신, 주요 인물들 간의 적나라한 대화를 통해 드러내길 선택했다. 단 세 장면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장면들을 연결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투박하고 촌스러우며 급박했다. 밑도 끝도 없는 대화가 부자연스럽게 이뤄짐으로써 무엇보다 작위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부류의 성장영화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던 촌스럽고 낡은 대사들을 뻔뻔하게 활용하는 진부함도 엿보였다. 성장한 도라희 주변에 햇살을 한껏 비추는 후반부는 물론 정신없이 기사를 쓰고 눈을 감은 채 '휴우'하고 한숨을 쉬는 도라희의 모습, 모든 일이 잘 끝나자 도라희를 돌아보며 엄지를 치켜드는 남자친구 서진(류덕환 분) 등 크고 작은 진부함이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어차피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는 이런 영화였다면, 청년세대의 고민을 보다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게 어땠을까 싶다. 기자로서 성장해가는 도라희의 이야기는 직업적 사실성도 짜릿한 성장드라마의 인상도 없었다. 심지어는 고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면에서 식상하기까지 했다. 그보다는 흔치만은 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마치 회사 안에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시트콤처럼 표현한 것처럼 광고했던 내용과도 맞아 떨어졌을 테고 말이다.
제목처럼 최소한의 열정조차 보이지 않아 너무도 아쉬웠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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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