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걸즈 시즌3' 이국즈, 위엄있는 뒤태 4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센터에서 열린 코믹컬 <드립걸즈> 시즌3 제작발표회에서 이국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코믹컬 <드립걸즈>는 2012년과 2013년 두 시즌에 걸쳐 개그와 노래, 퍼포먼스가 합쳐진 신개념 멀티쇼로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뉘어 공연이 열린다. 23일 개막.
이정민
신입생 이수지의 당당함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퉁퉁한 개그우면 이국주의 당당함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매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김보성의 '의리'를 코스프레하며, 대놓고 '식탐송'을 불러대는 이국주를 즐긴다. 당당한 이국주가 인기를 끄는 것은, 실제로 날씬함에도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몸매를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사회의 피로감의 표출이다.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대놓고 선을 넘어 당당하게 즐기는 듯한 이국주에 대한 '선망'의 표현인 것.
'선배, 선배!'의 이수지를 보며 비웃는 그런 내재화된 몸매관을 가진 사람들이 가진 억눌려진 스트레스의 발현이랄까. 사실은 그들도 피곤한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염두에 두고, 참다 참다 못해 폭식을 하게 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살아가는 삶, 날씬한 몸매가 자기 관리의 상징이 되는 이 '도시'의 삶을 견디는 피로의 발산이 이국주에 대한 호응으로 나타난다.
이수지에 대한 웃음기가 이국주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는 몸매에 대한 대중들의 분열된 인식이 투영되어 있다. 자본주의적으로 살아가기는 피곤하지만, 그래서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마음껏 욕망하는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녀의 '자뻑'은 개그일 뿐, 진지한 인정은 아니다. 이국주는 웃기지만, 이국주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들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고전 명화 속 그녀들은 비만에 가까운 몸매를 자랑하며, 풍요를 상징한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극히 경제적인 여성들의 몸매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 꼬집의 살집조차 죄책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퉁퉁한 몸매는 죄의식이 되어야 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
그래서 자신과 다른 몸매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한껏 웃음의 소도구로 삼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회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나 날씬한 몸매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떼어내고 있는 것은 우리의 푸근한 삶의 여유나 넉넉한 타인에 대한 아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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