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삼총사>의 소현세자(이진욱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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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는 몇몇 유명세를 치른 임금님이 계시다. 27분의 임금님 중 일찍이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를 시작으로,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한때 인기를 끄는가 싶더니, 최근 들어서 가장 대세를 이루는 건 아마도 드라마, 영화를 섭렵하고 있는 정조일 것이다.
이성계나 세종대왕이 순기능의 권력의 상징이라면, 정조는 아버지를 뒤주에 여의고, 할아버지 치하에서 숨죽여 살다, 왕이 되어 영조의 치세와는 다른 길을 걸은 '개혁 군주'로 불린다. 하지만 마치 3일 천하인 것처럼, 별로 길지 않은 치세로 인해 더더욱 드라마틱한 운명의 인물로 종종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인물들은 임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왕이 되었으나 '사대'라는 틀을 벗어난 앞서가는 정치적 식견을 가졌고, 그럼에도 근시안적인 권력 전횡으로 한때 왕이었던 자리에서 쫓겨난 광해군도 있고,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아비에 의해 죽임을 당한, 정조의 아버지 사도 세자도 만만치 않다.
소현세자는 비록 역사적으로는 병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버지에 의한 독살이라는 야설이 더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덕일, <조선왕 독살 사건>) 그 역시 결국 사도세자 못지않은 불운의 세자였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관심에서 벗어나있던 인물이었다. 바로 이 소현세자가,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나인>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tvN 새 역사극 <삼총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드라마틱했던 그의 삶에 비해 늦은 등장이라 할 만하다.
17일 첫 선을 보인 <삼총사>에서도 중국인 첩자를 통해 해외 동향을 전해 듣는 소현세자가 등장하듯이, 그는 당시 조선에서는 드물게 세계사적 식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무능한 아버지 인조를 대신하여 전장에 나섰으며, 전쟁 후 볼모로 잡혀가 청에서 생활하면서 사대주의에 찌든 조선을 넘어서는 정치적 안목을 키웠다.
하지만 결국 그의 선경지명 때문에 왕의 자리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의 죽음과 함께 조선이 사대주의와 척신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던 몇 번의 기회 중 하나도 함께 사라진 것이다. 바로 이런 소현세자의 드라마틱한 삶에 리슐리외 추기경의 전횡에 맞선 의협심 강한 청년들의 이야기 <삼총사>를 빌려와, 드라마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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