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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뤼미에르와 멜리에스의 오마주 <휴고>

14.07.23 10:17최종업데이트14.07.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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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휴고>의 한 장면.
영화 <휴고>의 한 장면.파라마운트픽처스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에게 뤼미에르와 멜리에스는 상당히 익숙한 인물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최초의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기차의 도착>(Arrival of A Train 1896)의 감독이며 조르주 멜리에스는 <달나라 여행>(A Trip To The Moon, 1902)이라는 작품으로 단순한 현실복제의 단계에 머물러있던 영화에 허구의 상상을 불어넣은 최초의 감독이다. 두 감독 모두 영화사에 있어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겼다. 그들은 영화사의 시발점에 서 있었다. 영화 <휴고>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끊임없이 표하는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이다. <휴고>에는 뤼미에르와 멜리에스의 오마주가 짙다.

영화의 제목인 '휴고'는 주인공 꼬마소년을 가리키는 말이다. 휴고는 아버지(주드 로)와 함께 살았었지만, 어느 날 화재로 인해 아버지가 죽자, 삼촌에 손에 이끌려 기차역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의 삼촌은 영화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돈 밝히고 술 좋아하는 썩 좋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역 안에서 시계태엽을 감는 일을 휴고에게 떠넘기고 훌쩍 떠난다. 영화는 혼자 살아가는 꼬마 소년 휴고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기차라는 매체는 영화사적으로 꽤나 의미 있는 도상이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들어낸 영화가 기차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영화라는 예술의 출발과 관계된다. <씨네21>에서 우혜경 평자는 "1895년 12월27일, 첫 상영된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은 '기차'를 영화의 도착에 대한 상징으로 만들어주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의 출발점이자 <휴고>의 배경인 기차역은 <휴고>가 영화라는 예술에게 표하는 애정의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장난감 가게에 앉아있는 멜리에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장난감 가게에 앉아있는 멜리에스파라마운트 픽처스

조르주 멜리에스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로 상정되어 나타난다. 그는 영화계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 차례의 전쟁이 지나간 후, 자신의 영화에 사람들이 더 이상 환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독을 그만두었다. 그는 영화의 현재 시점에서 기차역 안의 작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면서 영화를 '지난 과거의 아픔'으로 생각하고 잊으려고 하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휴고가 멜리에스의 꿈을 되찾아주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장난감 가게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멜리에스에게 영화라는 예술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며 그의 꿈을 되찾아주게 된다. 서사가 진행되는 동안 휴고 또한 변화를 맞이한다. 그는 멜리에스의 손녀인 이자벳과 함께 우정을 나누며, 항상 혼자였던 휴고도 점차 외로움을 잊어간다.

결국 영화는 휴고가 기차역에서 멜리에스의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뤼미에르에서 멜리에스로의 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틴 스콜세지가 영화에서 이와 같은 변화를 준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뤼미에르와 멜리에스의 기본적인 차이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휴고와 이자벨
영화 <휴고>의 한 장면. 휴고와 이자벨파라마운트 픽처스

뤼미에르와 멜리에스는 종종 대조되곤 한다. 뤼미에르는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다고 생각했다는 데에서 사실주의의 대부라고 지칭되고, 반면에 멜리에스는 영화가 현실 이상의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형식주의의 대부라고 지칭된다.

영화 발명의 초기에는 관객들이 서사의 흐름이 아닌 단지 '움직이는 그림 그 자체'에 반응하며 그림이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특별한 서사구조는 없었다. 뤼미에르의 영화 역시 그랬다. 그런데 멜리에스가 최초의 SF영화인 <달나라의 여행>에서 그동안의 관습을 깬 것이다. 멜리에스는 처음으로 허구와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흑백영화시대에 필름위에 채색을 하거나 필름을 오려 붙여서 점프컷의 효과를 내는 등, 수공예적인 특수효과를 창출해 내면서 환상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뤼미에르에서 멜리에스의 이동은 영화가 '사실의 복제'에서 '상상력의 허구'로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휴고>에서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가 주는 꿈과 마법의 세계를 찬미하고 있다. 결국 휴고가 기차역을 떠나 멜리에스의 집으로 가는 까닭은 사실의 복제를 졸업하고 꿈을 꾸자는 감독의 가치관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휴고>는 주로 청색과 황색을 사용하여 영화의 톤을 맞춘다. 혹자는 과잉이라고 할 만큼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 카메라 동선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린다. 시계의 태엽을 감는 휴고의 일상과 어울리게도 카메라는 수평과 수직의 이동을 넘어 곡선을 그리며 정갈하게 움직인다.

어린 두 명의 주연들의 연기도 매우 사랑스러우며, 영화미술과 음악도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영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지만, 혹 영화에 대해 관심을 잘 갖지 않았던 관객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휴고>는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휴머니즘적인, 따뜻한 영화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멜리에스
영화 <휴고>의 한 장면.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된 멜리에스파라마운트 픽처스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에조차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휴고>는 그런 향수를 경험하게 하는 작품이다.

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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