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휴고>의 한 장면. 휴고와 이자벨
파라마운트 픽처스
뤼미에르와 멜리에스는 종종 대조되곤 한다. 뤼미에르는 영화가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다고 생각했다는 데에서 사실주의의 대부라고 지칭되고, 반면에 멜리에스는 영화가 현실 이상의 것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형식주의의 대부라고 지칭된다.
영화 발명의 초기에는 관객들이 서사의 흐름이 아닌 단지 '움직이는 그림 그 자체'에 반응하며 그림이 움직인다는 사실에서 즐거움을 느꼈다. 특별한 서사구조는 없었다. 뤼미에르의 영화 역시 그랬다. 그런데 멜리에스가 최초의 SF영화인 <달나라의 여행>에서 그동안의 관습을 깬 것이다. 멜리에스는 처음으로 허구와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를 만들었다. 또한 그는 흑백영화시대에 필름위에 채색을 하거나 필름을 오려 붙여서 점프컷의 효과를 내는 등, 수공예적인 특수효과를 창출해 내면서 환상의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뤼미에르에서 멜리에스의 이동은 영화가 '사실의 복제'에서 '상상력의 허구'로 전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휴고>에서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가 주는 꿈과 마법의 세계를 찬미하고 있다. 결국 휴고가 기차역을 떠나 멜리에스의 집으로 가는 까닭은 사실의 복제를 졸업하고 꿈을 꾸자는 감독의 가치관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휴고>는 주로 청색과 황색을 사용하여 영화의 톤을 맞춘다. 혹자는 과잉이라고 할 만큼 시각적 효과가 뛰어나다. 카메라 동선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린다. 시계의 태엽을 감는 휴고의 일상과 어울리게도 카메라는 수평과 수직의 이동을 넘어 곡선을 그리며 정갈하게 움직인다.
어린 두 명의 주연들의 연기도 매우 사랑스러우며, 영화미술과 음악도 탁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영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지만, 혹 영화에 대해 관심을 잘 갖지 않았던 관객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휴고>는 누구나 감동할 수 있는 휴머니즘적인, 따뜻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