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소녀 포스터
시작, 골든 타이즈
영화의 내러티브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꽉 짜인 느낌을 주는 연출 덕에 에로가 아닌 예술적인 섹스영화가 탄생한 것은 바로 감독이 계산한 미장센과 유려한 편집 덕분이다. 신인 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연출력을 선보인 최경진 감독은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자 작가로 영화 <고양이 소녀>에서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물론 촬영이나 음악 등의 기술적인 부분이나 로케이션이나 의상·소품 등의 영화 제작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긴 하지만, 그런 것 또한 오히려 저예산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아티스트 봉만대> <꼭두각시> 등을 제작한 골든 타이드 픽쳐스는 최근 불고 있는 IPTV나 다운로드 영화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제작·투자사로서 이번에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저예산 걸작 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환경에서 제작됐다면 훨씬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럼에도 흥미있고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필름 위에 담아낸 감독의 연출력은 빛을 발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웃을 수 있고, 영화적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조연을 맡은 배우들 때문이다. 필호 역을 맡은 임태상은 능청스러운 역할을 맡아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선배 민혁 역을 맡은 이규혁은 <유럽 블로그> <젊음의 행진> 등의 연극·뮤지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연기자로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변태 백 감독 역의 김재록은 <뫼비우스> <피에타> 등의 김기덕 감독 영화는 물론 독립영화 <명왕성> 등 많은 작품에서 활약했던 내공있는 연기자다. 시황 역의 백재호 역시 <성균관 스캔들>에서 출연했던 낯익은 얼굴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덩치남 역의 박재웅은 이 영화의 출연진들의 향연에 방점을 찍으며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안겨준다.
최근 수십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음에도 조악한 완성도로 인해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작품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제작비가 전부가 아님을. 또한 작은 영화도 뛰어난 완성도로 인해 예술적·오락적 성취를 충분히 이룰 수 있음을. 3000만 원의 제작비로 한 번쯤은 볼 만한 작품을 만든 <고양이 소녀>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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