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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닥터>가 이토록 사랑받을 줄 예상했나?"전~혀. 이렇게 느리고, 잔잔하고, 극적 갈등이 없는 드라마의 시청률이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물론 시청률도 중요하니까 어느 정도 성과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잘 나왔다."
-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소아외과 의사'라는 캐릭터가 참 신선했다. 어떻게 떠올렸나?"전작인 <신의 퀴즈> 시리즈 때부터 소위 '마이너리티'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소외계층, 사회적 약자를 다뤘던 그때와 <굿닥터>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서번트 증후군' 하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사실 사회적 약자에겐 양날의 검과 같다. 엄청난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의 능력이라는 게 잘못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 양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 사실 <굿닥터>는 의학 드라마 치고는 잔잔하고 느리다는 평을 받았다. "그걸 처음부터 의도했다. 누구나 편하게 따라올 수 있고, 볼 수 있었으면 했다. 큰 틀로 보자면, <굿닥터>는 나에겐 꿈같은 드라마다. 내가 잘 하는 드라마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간 장르물 같은 기술적인 드라마를 많이 했는데, 처음 지상파에 데뷔하며 뭘 할까 고민하던 중 무엇보다 '의미가 있어야겠다' 싶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드라마를 하기보다는 잔잔하고, 스트레스 없고, 좋은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사실 1~2부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안 들었는데, 드라마의 도입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박시온의 천재성을 보여줘야 했다. 소아외과가 무엇인지 알려야 하고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해야 하니까 화려하게 간 거다. 그래서 긴박감도 있고 수술신도 많은데, 나는 그게 주가 될까 두려웠다. 다 찍고 나니 '이게 아닌데, 시청자들이 앞으로 이런 얘기만 바라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러다가 3부부터 다시 원래 생각대로 돌아왔고.
그런 의미에서 5부와 6부가 중요했다. '늘어졌다'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더 늘어지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웃음) 3부에서부터 8부까지 시온이가 당하고 그러는데 그걸 못 보겠다고 채널을 돌리는 분들도 있었다더라. 시온에 감정이입된 분들은 못 참겠다는 거다. 시청률도 떨어졌다고 하고. (웃음) 그런데 그걸 보고 이 드라마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시온이가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그건 끽해야 7시간이다. 시청자가 그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딱 7시간만 버텨 주셨으면 했다.
실제로 장애가 있는 분들은 그보다 더한 고난을 7년, 70년 동안 겪지 않나.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가에 이사 오지 말라고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사를 와도 '낮에는 외출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온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실제로 시온이 같은 의사가 병원 안에 있었으면 더했을 거다.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공들여 썼다. 하지만 그분들의 고초를 더 보여주지 못한 게 죄송스럽다."
"의학 드라마의 꽃은 수술신? 그런 걸 누가 정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