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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박시온을 괴롭힌 동구나 아버지(정호근 분)도 같은 맥락에서 등장했던 건가?"박시온의 삶에 생채기를 낸 사람들은 다 나오게 하는 게 목표였다. 그들이 다 박시온을 통해 힐링을 받는 것도 목표였고. 그래서 동구는 꼭 넣으려고 했다.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조그만 자전거포를 한다는 설정이었다. 박시온이 차윤서를 통해 위안을 받고, 화해와 용서의 의미를 안 순간 나타나게 하려고 후반부에 넣었다.
박시온의 아빠는 완전히 갱생한 건 아니다. 박시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이 사람의 최선은 박시온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박시온이 의사가 되었다는 걸 인정하고 죽는 것이라 생각했다. 예를 들어 김도한은 박시온의 아빠에게나 박시온에게나 시덕이(형) 같은 존재였다. 그걸 어느 순간 아빠는 알았던 거다.
그러니 아빠에게 '한 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박시온은 자신을 인정해 주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봐 준 것에 감사해 한 거고. 원래는 아빠가 병상에서 박시온을 붙잡고 말하는 신이 있었는데, 좀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다 뉘우치지 않고, 딱 그 정도만 보여주고 세상을 떠나는 게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 박시온의 성장과 동시에 드라마 속 대부분의 인물들도 나름의 성장을 이룬다. 특히 출세주의에 젖어 있던 고충만(조희봉 분)이 외과 의사로서의 자아를 깨닫는 건 의미가 있었다."<굿닥터>에 절대 악인은 없다. 악인과 선인을 나누려 하지도 않았고, 다만 아주 현실적인 인물과 조금은 이상적인 인간을 나누어 두려 했다. 고충만은 악인이 아니라 조직 속에서 현실적인 길을 가는 사람의 상징이었다. 사실,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아주 아깝게 편집된 신이 있다. 고충만이 김도한(주상욱 분)과 술을 마시면서 '나 너 미워했다, 그런데 1등만 의사하라는 법 있냐. 2등 3등도 의사할 수 있지 않냐'라고 토로하는 장면이었다. 원래 그게 19회 회식신 바로 뒤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차윤서(문채원 분)가 박시온과 공개 연애를 선언하는 장면을 부각하다 보니 아깝게 편집됐다. 고충만의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감독님도 그걸 편집하고는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 고충만과 우일규(윤박 분)의 대화 장면에서도 비슷한 뜻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천재들의 틈바구니에서 '보통 사람'인 그들의 애환이 느껴졌다 해야 할까. 그 장면에서 '평범한 의사'들에 대한 따뜻함도 느껴졌다. "강현태(곽도원 분)의 아들을 수술하는 방법도 결국은 평범한 의사인 차윤서가 답을 찾지 않나. 그런 부분들을 통해 평범한 의사들을 향한 존경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의료행위에 '개인'은 없다. 대부분이 협업을 통해 이뤄지는 거지. 박시온이 천재적인 진단 능력을 보여 주지만, 그건 다 책에 있는 거다. 없는 것을 발견하는 인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후반부 박시온의 능력을 많이 부각시키지 않았던 것도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