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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사랑 줬더니 오정호도 '사람'이 되더라고요"

[인터뷰①] KBS2 <학교 2013> 곽정욱 "학교는 아이들이 변하는 과정 보여주는 곳"

13.01.30 13:57최종업데이트13.01.30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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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2TV <학교 2013>에서 승리고등학교 2-2반 일진 오정호 역을 맡았던 배우 곽정욱
KBS 2TV <학교 2013>에서 승리고등학교 2-2반 일진 오정호 역을 맡았던 배우 곽정욱KBS

곽정욱, 아니 오정호와 마주 앉아 있으니 곧 이런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정호야, 학교 왜 안 왔니? 아버님 모셔와"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쏘아보는 오정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바른 자세로 미소를 머금은 채 질문을 경청하는 곽정욱이 있었다.

KBS 2TV <학교 2013>이 28일 종영한 바로 다음 날,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의 가장 문제아였던 오정호 역의 곽정욱(24)을 만났다. 오정호 특유의 폭탄머리를 얌전하게 정리한 그는 "머리가 지겨워서 촬영 끝나자마자 바로 바꿨어요"라고 웃는다.

친구들을 구타하고 담임선생님 정인재(장나라 분)의 손목을 잡아 꺾던 통제 불능 오정호의 모습이 아직 생생한 가운데, 문을 대신 열어주는 등 연신 깍듯한 곽정욱은 생소했다. 첫 등장부터 교복을 입고 담배를 물던 오정호와 달리, 비흡연자인 곽정욱은 촬영 간간이 '담배타임'(역할은 학생이지만 성인 연기자)에 멀뚱멀뚱 있었다는 제작진의 전언이 떠올랐다. 

<학교 2013>의 최종회 마지막 장면, 겨울방학이 시작돼 텅 빈 교실에서 정인재 선생님은 오정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 그만 두겠다"며 며칠째 결석 중인 정호가 종례 끝나기 전까지만 오면 3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내 오정호는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들의 얼굴은 묘하게 밝았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거나 사고를 쳐서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어요. 초반에 선생님의 손목을 잡아서 제압하거나 하는 사건들이 중반부에도 계속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이 진행되면서 많이 가려졌죠. 그래서 오정호가 좀 급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오히려 더 세게 나가거나 사고를 쳐서 더 많은 욕을 먹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었어요. 초반에 선생님의 손목을 잡아서 제압하거나 하는 사건들이 중반부에도 계속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다른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여러 사건이 진행되면서 많이 가려졌죠. 그래서 오정호가 좀 급변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KBS

"오정호, 얘는 왜 이래요? 배우로서도 궁금했다"

- 그래서 오정호는 종례에 갔어요, 안 갔어요?
"개인적으로 정호는... 못 갔을 것 같아요. 그 교실에 나타날 용기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더라도 따로 선생님을 찾아가지 않았을까. 아직은 그 정도로 자존심을 세우는 아이니까."

- 처음 오정호 역으로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는 위험부담이 좀 있었을 것 같아요.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그려지니까 CF도 들어오기 힘들 거고.
"캐릭터 자체가 악하다 보니까 광고에 대한 생각은 안 했어요. 근데 오정호가 핸드폰이랑 계속 엮이는 장면이 많으니까, '이러다가 핸드폰 CF 들어오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역시 안 들어오더라고요.(웃음)

초반에만 해도 유일한 악역이라 부담감이 컸던 게 사실이에요. 첫 등장부터 친구들을 때리고 담배를 피우는 걸로 돼 있어서, 작가님한테 얘는 왜 이러냐고 물었어요. 이 친구가 이렇게 된 데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도 2학년까지 버티는 데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고. 진짜 나쁜 아이였다면 이미 퇴학당했겠죠."

- 끝나고 나니까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정호에게 학교를 가야하는 이유는 아버지일 것 같아요. 그렇게 아버지한테 맞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 안고 가야할 이유였으니까요. 마지막엔 '아버지가 다쳐서 돈 벌어야 한다'고 자퇴를 결심하지만, 결국 일자리를 얻어 아버지랑 함께 살고 싶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거죠.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정호는 친구 지훈(이지훈 분)이가 직업학교 가려는 걸 싫어했어요. 지훈이처럼 직업학교에 가고 싶지만 집안 사정상 그럴 수 없고, 그럼 멀어질 것 같으니까 더 강하게 나오는 거죠. 고남순(이종석 분)과 박흥수(김우빈 분) 사이의 트라우마와 비슷한 거라고 봐요. 남순이도 축구선수가 되려는 흥수가 떠날까봐 걱정했던 것처럼."

슬라이드 곽정욱과 이지훈 "초반에는 2반 학생으로 나오는 배우들고가 두루 친하게 지냈어요. 근데 밤샘 촬영이 이어지고 지치다 보니까 주로 주변에 있는 친구들끼리 어울리게 됐죠. 저는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은 이경이형(이이경), 지훈이형(이지훈), 앞 자리에 기덕이형(김영춘) 등과 친하게 지냈죠. 정말 고등학교를 재연해 놓은 것 같았어요."
곽정욱과 이지훈"초반에는 2반 학생으로 나오는 배우들고가 두루 친하게 지냈어요. 근데 밤샘 촬영이 이어지고 지치다 보니까 주로 주변에 있는 친구들끼리 어울리게 됐죠. 저는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은 이경이형(이이경), 지훈이형(이지훈), 앞 자리에 기덕이형(김영춘) 등과 친하게 지냈죠. 정말 고등학교를 재연해 놓은 것 같았어요."(유)학교문화산업전문회사

"류승범 선배님 연기 참고... 일진보다는 양아치"

곽정욱이 오정호 역을 따내기 위해 오디션에서 통과해야 할 대사는 "야, 너 담배 있냐" 한 마디였다. 이민홍 감독은 "내가 퇴근할 때까지 제대로 된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같이 할 수 없다"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곽정욱은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그 대사만 끊임없이 연습했고, 여기서 발생한 스트레스의 도움을 받아 짜증 가득한 오정호 캐릭터로 합격할 수 있었다.

- 처음에는 오정호 역을 하기에 너무 약해 보인다는 평가를 들었다면서요. 점점 독해질 수 있었던 비결은?
"생각지도 못했던 역할에 당황하고 헤맸어요. 그래서 초반에 제가 연기한 오정호는 좀 착하게 보여요. 감독님이 '너에게 주어진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하시는데도 감이 안 잡히는 거예요. 정호가 부딪혀야 하는 종석이형과 우빈이형은 저보다 덩치도 크잖아요. 이 친구가 작지만 강한 이유를 찾아야 했어요.

어떻게 제압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류승범 선배님 연기를 참고했어요. 일진이라기보다는 양아치라는 생각을 많이 했죠. 3~4회에서 정호가 남순이에게 엄청나게 맞는 장면이 있어요. 맞은 횟수와 강도로 봤을 때는 식물인간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다음 날 떳떳하게 학교 나오고 또 덤비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정호의 무기는 깡과 쉽게 꺾이지 않는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남자 연기자 중에는 저보다 어린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다 형이에요. 촬영할 때는 오정호라서 세게 나갔는데 끝나고 나서는 눈도 못 쳐다보고 그랬죠.(웃음)"
"남자 연기자 중에는 저보다 어린 친구가 거의 없었어요. 다 형이에요. 촬영할 때는 오정호라서 세게 나갔는데 끝나고 나서는 눈도 못 쳐다보고 그랬죠.(웃음)"KBS

- 마지막 회에서 강세찬(최다니엘 분) 선생님에게 "학교는 안 가더라도 나쁘게 살지는 않겠다"고 말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어요. 그렇게 독했던 오정호도 조금씩 변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느꼈나요?
"아무래도 변해가는 과정이 가장 눈에 보였던 캐릭터였죠. 이미 설정 상에 변화가 예정돼 있기도 했고요. 집안 문제 등 힘든 일을 겪으면서 완성된 캐릭터가 1회의 오정호였으니,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히 열려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오정호가 허락하는 자존심 선에서는 충분히 변했다고 봐요.

변해야 될 것 같았고, 변할 것 같았어요. 워낙 애정이 부족한 아이잖아요. 계속해서 사랑과 관심을 주니까 이 친구도 슬슬 '사람'이 되어 간다고 생각했어요. 자존심을 확 꺾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였죠.

오정호가 보기에는 악독하고 사건사고를 일으키지만, 결국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모든 학생이 똑같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학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을 만들고, 가르치는 곳이요." 

*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학교 2013 곽정욱 오정호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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