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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강남스타일을 뛰어넘은 성장 판타지

[아듀! 리뷰①]로코물 점령한 철부지 아저씨들...40대 로맨스 전성시대 열다

12.08.13 10:16최종업데이트12.08.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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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
지난 12일 종영한 SBS 주말 드라마 <신사의 품격>SBS

12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은 이미 완성된 신사의 표본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외향만 '신사'인 남성들이 진짜 '신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제시한다. 결혼을 하고 장래를 약속한 연인이 있어도 길거리 미녀들에게 눈이 획 돌아가고 PC방에 삼삼오오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들과 다를 바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나이만 먹었지 그들이 처음 '도원결의'를 맺었던 청춘의 어느 날과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외모에 든든한 경제력을 갖춘 남자들이건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신사'라기 보단 애어른에 가까웠다. 특히나 중년F4 중에서도 비주얼을 담당하는 김도진(장동건 분)은 '젠틀맨'을 지향하면서도 자기가 힘들게 일해 번 돈 아내와 아이들과 나눠 쓰기 싫다고 '모태 독신'을 추구하던 뼛속까지 무한 이기주의다.

그런 김도진에게 운명의 여인 서이수(김하늘 분)에 이어 19년 동안 존재조차 모르던 아들이 나타나면서 혼자서도 잘 나갔던 김도진의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다. 자기밖에 몰랐던 생활에서 가족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는 걸로. 겉모습만 멀쩡했지 찌질함의 극을 달리던 김도진은 그렇게 진정한 신사, 어른이 되어간다.
 <신사의 품격>의 네 주인공 김수로, 장동건, 김민종, 이종혁
<신사의 품격>의 네 주인공 김수로, 장동건, 김민종, 이종혁sbs

<섹스 앤더 시티>가 골드미스들을 주제로 한 '칙릿(젊은 여성을 겨냥한 트렌드 장르)였다면 <신사의 품격>은 골드미스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년들의 판타지다. 90년대 아이콘 장동건과 김민종을 앞세운 남자 주인공들의 일상은 그 시절 황금기를 보낸 X세대들의 어린 시절 희망사항을 대리만족 시킨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게 최우선인 대다수 또래와 달리 물질적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강남 중상류층들의 '사랑타령'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한 보통 서민들에게 일종의 박탈감을 주기도 한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만약에 <신사의 품격>이 99%의 삶과 괴리감만 있는 '강남스타일'을 보여줬다면 <신사의 품격>은 오늘날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보통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재벌을 만나 인생 역전에 성공한 평범한 신데델라 스토리가 여성시청자들을 대리 구원해준다. 허나 <신사의 품격>의 여주인공들은 신붓감 1순위 교사, 인기 프로골퍼, 부잣집 딸, 청담동 사모님 등 현실에서도 충분히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상위클래스이다.

 SBS <신사의 품격>(2012)의 서이수(김하늘 분)
SBS <신사의 품격>(2012)의 서이수(김하늘 분)SBS

그럼에도 아무리 봐도 다수의 인생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 '강남스타일' <신사의 품격>이 그렇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아무리 돈의 축복을 받아도 보통 40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본질이다.

많지 않는 월급에 가족까지 부양해야하는 책임까지 떠맡아 근심걱정이 가득한(혹은 넉넉지 않은 벌이에 아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대다수 40대 남성들의 삶과는 달리 돈 없어 딱히 설움 받을 이 없는 4명의 남자들이라고 하나, 정작 그들 또한 자기보다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한 건물주 박민숙의 한 마디에 꼼짝을 못한다.

오만방자한 졸부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정도로 돈 많고 개념까지 갖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박민숙은 바람둥이 남편 이정록 때문에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우울해 한다. 거기에다가 직업, 미모 모두 일등 신붓감인 서이수는 김도진을 만나기 전 '짝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의아함을 자아내고 상큼한 임메아리를 만나기 이전 최윤은 4년 동안 부인을 잃은 트라우마 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실제 시청자들이 살면서 느끼는 생활의 압박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뿐이다. 그러나 아예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재벌3세에게도 동질감과 연민을 자아내는 막강한 능력을 가진 김은숙 작가는 '강남 특별구'에서도 잘사는 축에 속하는 40대 전문직 남성들과 강남 큰손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친근한 '사람'의 반열로 올려놓는다.

한국 자본주의 상징 '강남'을 주 무대를 하는 드라마답게 대놓고 펼쳐진 'PPL'과 위압감이 넘쳐흐르는 풍요로움은 부러움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져오긴 했다. 그럼에도 <신사의 품격>은 기존 재벌 후계자와 평범한 여성으로 압축되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넘어 한국에서도 <섹스 앤더 시티> 같은 드라마가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성공 표본을 보여줬다.

비록 김은숙의 전작 <시크릿 가든>의 신드롬급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신데렐라'를 거론하지 않아도, 그것도 칙칙할 것 같은 중년 남성들의 뒤늦은 성장 스토리가 20대 여성에게도 달콤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한국 로코물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도전이자 쾌거다. 김은숙의 <신사의 품격> 발로 시작된 40대 로맨스 전성시대. 이제 취업난에 시달리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우울한 20, 30대를 대신한 중년 남성들의 로코물 점령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만 대부분 로코물이 그렇듯이 현실에서 김도진, 임태산, 최윤, 이정록 같은 재력 있고 매력적인 40대는 보기 드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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