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신사의 품격>(2012)의 서이수(김하늘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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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무리 봐도 다수의 인생과는 차원이 다른 리얼 '강남스타일' <신사의 품격>이 그렇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아무리 돈의 축복을 받아도 보통 40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본질이다.
많지 않는 월급에 가족까지 부양해야하는 책임까지 떠맡아 근심걱정이 가득한(혹은 넉넉지 않은 벌이에 아예 결혼, 출산을 포기한) 대다수 40대 남성들의 삶과는 달리 돈 없어 딱히 설움 받을 이 없는 4명의 남자들이라고 하나, 정작 그들 또한 자기보다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차지한 건물주 박민숙의 한 마디에 꼼짝을 못한다.
오만방자한 졸부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정도로 돈 많고 개념까지 갖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박민숙은 바람둥이 남편 이정록 때문에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우울해 한다. 거기에다가 직업, 미모 모두 일등 신붓감인 서이수는 김도진을 만나기 전 '짝사랑'으로 가슴아파하는 의아함을 자아내고 상큼한 임메아리를 만나기 이전 최윤은 4년 동안 부인을 잃은 트라우마 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였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실제 시청자들이 살면서 느끼는 생활의 압박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뿐이다. 그러나 아예 다른 별에 살고 있는 재벌3세에게도 동질감과 연민을 자아내는 막강한 능력을 가진 김은숙 작가는 '강남 특별구'에서도 잘사는 축에 속하는 40대 전문직 남성들과 강남 큰손도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친근한 '사람'의 반열로 올려놓는다.
한국 자본주의 상징 '강남'을 주 무대를 하는 드라마답게 대놓고 펼쳐진 'PPL'과 위압감이 넘쳐흐르는 풍요로움은 부러움과 열등감을 동시에 가져오긴 했다. 그럼에도 <신사의 품격>은 기존 재벌 후계자와 평범한 여성으로 압축되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넘어 한국에서도 <섹스 앤더 시티> 같은 드라마가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성공 표본을 보여줬다.
비록 김은숙의 전작 <시크릿 가든>의 신드롬급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신데렐라'를 거론하지 않아도, 그것도 칙칙할 것 같은 중년 남성들의 뒤늦은 성장 스토리가 20대 여성에게도 달콤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한국 로코물 역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도전이자 쾌거다. 김은숙의 <신사의 품격> 발로 시작된 40대 로맨스 전성시대. 이제 취업난에 시달리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우울한 20, 30대를 대신한 중년 남성들의 로코물 점령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다만 대부분 로코물이 그렇듯이 현실에서 김도진, 임태산, 최윤, 이정록 같은 재력 있고 매력적인 40대는 보기 드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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