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고 먹고 하는 공간인 부녀의 낡고 추한 집
전주국제영화제
넷째날,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아버지가 딸과 함께 마차를 끌고 곧 무너질 것 같은 집에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언덕을 지나자마자 다시 돌아오고만다.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들의 삶은 그대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왔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로 그저 놓아둔다.
부녀이외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이웃주민과 집시들이 한 말을 그들은 전혀 듣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을 더욱더 고립되게 만드는데 그들(이웃주민과 집시들)이 한 말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 이웃주민과 집시들은 예언자가 된다. 예언자들은 부녀에게서 변화를 요구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예언자들의 말처럼 부녀는 파멸에 이르게 된다.
성경의 말씀을 뒤집는 어둠의 과정<토리노의 말>은 부녀가 파멸에 이르는 6일을 그리고 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제 7일째 안식하시고 또한 인간들도 이날에 안식하라고 하신 성경의 말씀을 영화는 뒤집는다. 점점 더 행복한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소멸과 파멸은 깊어진다.
6일째 되던 날, 모든 것이 소멸되고 어두움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안식하여야 할 7일은 화면에조차 나타나지 않는다. 순간 그렇게 몰아치던 바람소리마저 사라진다. 그러면 부녀의 삶의 무게는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