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쿠버에서 함께 울었던 박승희(왼쪽)와 조해리는 아스타니에서 함께 웃을 수 있었다.
MBC 화면 캡쳐
여자 쇼트트랙 선수단의 조해리와 박승희는 벤쿠버 올림픽에서 나란히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이다. 조해리는 벤쿠버에서 노메달에 그쳤고, 박승희는 1000m와 1500m에서 동메달만 두 개를 챙겼다.
그러나 이번 동계 아시안게임을 통해 두 선수는 서로 도우며 나란히 금메달 한풀이에 성공했다. 먼저 동생이 희생했다. 박승희는 지난 1월 31일에 벌어진 1500m 경기에서 조해리의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경기 초반에는 선두로 치고 나와 언니의 체력을 안배해 줬고, 6바퀴를 남겨 두고 조해리가 선두로 올라선 다음에는 2위 자리를 유지하며 상대의 길목을 차단했다.
조해리와 박승희가 안쪽과 바깥쪽을 철통 같이 지키고 있으니 벤쿠버 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저우양(중국)조차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결국 1500m에서 조해리가 금메달, 박승희가 은메달을 차지하며 가장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2일 1000m에서는 언니 조해리가 조연을 자처했다. 박승희가 2바퀴를 남기고 먼저 선두로 치고 올라 왔고, 조해리 역시 류추홍(중국)이 박승희에게 신경 쓰는 사이 2위 자리를 확보했다.
이후 함께 스퍼트를 한 박승희와 조해리는 나란히 1,2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만약 금메달을 욕심 내 한국 선수끼리 추월을 시도하며 무리하게 경쟁했다면 어떤 변수가 일어났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반면에 엄천호의 예선 탈락으로 홀로 1000m 결승에 출전했던 남자부의 성시백은 중국 선수들의 노골적인 방해 작전에 막혀 레이스 도중 넘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박석민-고태훈, 이승훈을 빛나게 만든 '킹 메이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