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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홍콩영화야 한국영화야?

[리뷰] 80년대 감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자체가 '실수'

10.09.17 09:20최종업데이트10.09.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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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자 스틸컷
무적자스틸컷핑거프린트

 

<무적자>, 과연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80년대 홍콩영화 즐긴 올드팬들에게 <영웅본색>은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주윤발이 걸쳤던 코트, 선글라스, 담배, 성냥개비 그 모든 것이 신화로 남았다. 어디 주윤발 뿐인가? 적룡, 장국영 역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 한다고 했을 때, <영웅본색> 팬으로서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과연 당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원작에 누를 끼치는 리메이크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이런 것들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본 관객들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80년대 <영웅본색>을 본 관객들이라면 <무적자>에 대해 쓴 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영화, 잘못된 리메이크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웅본색>의 한국 리메이크판 <무적자>에 조금의 희망이라도 걸었던 것은 <파이란>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이후 <역도산>을 연출했지만,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나름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나는 <무적자>가 걸작 <파이란>정도는 되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정도의 즐거움은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충족되지 않았다. 80년대 전 아시아를 호령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의 걸작 <영웅본색>은 한국에서 국적불명의 리메이크 영화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적자>는 분명 80년대 시대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각색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들과 이야기 구조는 80년대 원작 <영웅본색>과 흡사하다. 물론 이러한 점은 <무적자>가 리메이크 영화란 것을 감안하면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80년대 통했던 이야기를 2010년 똑같이 리메이크해서 만들 것이면 차라리 <영웅본색> 1, 2편을 극장에서 다시 상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기본적인 구조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면, 이 작품 역시 원작과 같이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문제는 이것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무적자> 캐릭터를 보면서 실소를 참기 어려울 것 같다. 영화에서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구축해 놓은 캐릭터들이 결코 원작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생뚱맞게도 김혁(주진모), 김철(김강우), 이영춘(송승헌)을 탈북자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원작과 다른 한국적 상황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분명 문제는 있다. 원작과 비교해서 도대체 왜 주인공들이 저렇게까지 하는지 쉽게 관객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작이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형제애를 중심으로 한 범죄조직과의 사투를 다룬 영화였다면, <무적자>는 국적불명의 사나이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한풀이를 하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어디에 어떻게 주제를 맞추고 보더라도 원작에 심각한 누를 끼치고 있는 작품이다.

 

80년대 <영웅본색> 주인공들의 모든 것이 멋졌다

 

무적자 스틸컷
무적자스틸컷핑거프린트

 

80년대 <영웅본색>은 당시 한국에서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마초영화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면서 각 인물들의 캐릭터를 잘 살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행동하나, 대사 하나 유치하지 않게 받아들여졌던 이유는 캐릭터가 확고하게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장점은 드라마 구조가 아주 뛰어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되었다.

 

여기에다 강렬한 액션까지 가미되면서 남자 관객들이 주인공 따라 하기 열풍까지 불었다. 당시 아버지 코트 입고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까지 생길 정도였으니 이 영화가 얼마나 중고생 및 대학생 젊은 층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영웅본색>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사회문화 현상이었다. 그만큼 시대적 파급력과 영향이 컸던 전설적인 작품이다.

 

문제는 80년대 <영웅본색> 주인공들이 너무 멋졌지만 지금 다시 <영웅본색>을 보면서 멋지다고 느낄 관객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제 나이든 올드 영화팬들까지도 멋쩍게 웃으면서 영화를 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당시 시대상황과 연관되어서 큰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이런 <영웅본색>을 약간의 한국적인 설정과 기본적인 베이스를 그대로 가져와서 다시 재탕으로 만든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그 해답이 바로 <무적자>에 있다. 80년대 당시 원작을 보면서 느끼하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무적자>를 보면서 느끼하고 어이없는 대사에 실소하는 관객들이 나올 수 있단 것이다.

 

80년대 감정을 2010년 고스란히 영화에 옮겨놓으면서 한국적인 상황까지 가미한 <무적자>는 완전히 무국적 작품 같이 느껴진다. 홍콩영화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한국영화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정서적으로 쉽게 공감할 부분이 많지 않단 의미다. 이런 상태에서 <무적자>를 보면서 감동받으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그런 의도에 동의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문제점이 더 있다.

 

80년대와 달리 요즘 젊은 관객들은 세련된 액션영화에 단련되어 있다. 80년대 <영웅본색>에 열광적으로 호응하던 관객들이 아니란 이야기다. 실제 <무적자>에서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인 송승헌과 조한선의 대사에서 헛 웃음이 터져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가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 진행상 웃음이 나와서는 안 되는 진지한 장명인데도 그렇다. 바로 80년대 감성을 2010년에 그대로 가져오면서 나온 약점 중에 하나다.

 

여기에다 주윤발, 적룡, 장국영이 맡았던 인물 캐릭터가 과연 <무적자>에서 제대로 표현했는지 물어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특히 주윤발 역할인 송승헌의 경우 원작에서 주윤발이 보여준 카리스마의 1/10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평가해야할 것 같다. 그만큼 무게감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배우들이 다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리메이크 판이 되었다는 것 자체가 재앙이라면 재앙이다. 송해성 감독이 <파이란>을 연출한 감독임을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다. 결론적으로 원작 본 관객들이라면 피해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원작에 대한 아련한 추억마저 한방에 다 날려주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9월16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9.17 09:2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9월16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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