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자스틸컷핑거프린트
<무적자>, 과연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80년대 홍콩영화 즐긴 올드팬들에게 <영웅본색>은 남자들의 로망이었다. 주윤발이 걸쳤던 코트, 선글라스, 담배, 성냥개비 그 모든 것이 신화로 남았다. 어디 주윤발 뿐인가? 적룡, 장국영 역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작품을 다시 리메이크 한다고 했을 때, <영웅본색> 팬으로서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다. 과연 당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원작에 누를 끼치는 리메이크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었다. 이런 것들에 대한 해답은 영화를 본 관객들마다 다르겠지만, 최소한 80년대 <영웅본색>을 본 관객들이라면 <무적자>에 대해 쓴 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영화, 잘못된 리메이크가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웅본색>의 한국 리메이크판 <무적자>에 조금의 희망이라도 걸었던 것은 <파이란>을 연출한 송해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이후 <역도산>을 연출했지만,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나름 관객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나는 <무적자>가 걸작 <파이란>정도는 되지 않더라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정도의 즐거움은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충족되지 않았다. 80년대 전 아시아를 호령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의 걸작 <영웅본색>은 한국에서 국적불명의 리메이크 영화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무적자>는 분명 80년대 시대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각색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캐릭터들과 이야기 구조는 80년대 원작 <영웅본색>과 흡사하다. 물론 이러한 점은 <무적자>가 리메이크 영화란 것을 감안하면 일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80년대 통했던 이야기를 2010년 똑같이 리메이크해서 만들 것이면 차라리 <영웅본색> 1, 2편을 극장에서 다시 상영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기본적인 구조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면, 이 작품 역시 원작과 같이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문제는 이것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작을 본 관객들이라면 <무적자> 캐릭터를 보면서 실소를 참기 어려울 것 같다. 영화에서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구축해 놓은 캐릭터들이 결코 원작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생뚱맞게도 김혁(주진모), 김철(김강우), 이영춘(송승헌)을 탈북자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원작과 다른 한국적 상황에 코드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분명 문제는 있다. 원작과 비교해서 도대체 왜 주인공들이 저렇게까지 하는지 쉽게 관객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작이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형제애를 중심으로 한 범죄조직과의 사투를 다룬 영화였다면, <무적자>는 국적불명의 사나이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한풀이를 하는 영화처럼 느껴진다. 어디에 어떻게 주제를 맞추고 보더라도 원작에 심각한 누를 끼치고 있는 작품이다.
80년대 <영웅본색> 주인공들의 모든 것이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