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투수 정해영이 승리를 한 뒤 포수 김태군과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한 불펜진의 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확실한 마무리 투수의 존재감이 중요하다. 역대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확실한 소방수 없는 '벌떼 불펜'에는 한계가 있다. 강력한 마무리가 가장 뒷선에서 버티어주고 튼튼한 승리조가 함께 할 때 위력이 극대화된다.
SK 김성근 왕조 시절의 정대현과 정우람, 조웅천, 윤길현, 가득염 채병용, 선동렬 감독이 만들어냈던 삼성 왕조의 '돌부처' 오승환과 안지만, 권혁, 권오준, 정현욱 등이 대표적이다. 선발투수가 5~6이닝 정도만 버티어주면 그다음부터는 강력한 불펜진이 줄줄이 등판했던지라 상대 팀으로서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KIA 또한 우승 시즌에는 불펜진이 잘 돌아갔다. 타이거즈는 해태 시절 9차례 우승 이후 KIA로 팀명이 바뀐 후 3회 우승(2009년, 2017년, 2024년)을 추가한 상태다. 각 우승간 기간 차이가 있는지라 주역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때만큼은 뒷문이 불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09년 우승 당시에는 손영민-곽정철-유동훈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SKY 라인'이 맹위를 떨쳤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상 손영민, 곽정철은 이른바 마당쇠 스타일로 많은 이닝을 책임졌으며 유동훈이 뒷문을 맡아줬다. 특히 잠수함 투수 유동훈 같은 경우 팬들 사이에서 '휘발유동훈'이라는 별명이 나올 만큼 불안한 투구로 혹평을 받았으나 09년 시즌은 달랐다.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제구가 잘되는 싱커를 앞세워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야구 선수들 중 커리어 내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다가 한두 시즌 확 터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유동훈이 그랬다. 더욱이 우승에 도전하는 시즌에 제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기여도가 컸다.
17년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김세현이 있었다. 당시 KIA는 마무리 불안에 시달렸는데 그래서 내세운 전략이 트레이드였다. 7월 31일 키움 히어로즈에게 손동욱, 이승호를 주고 유재신, 김세현을 받았다. 핵심은 세이브왕 출신 김세현이었다. 한창 때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고질적인 마무리 부재에 이것저것 따질 경황이 없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뒷문을 지켜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무난한 활약을 보여줬다.
각각 09년, 17년 활약했던 유동훈, 김세현 같은 경우 해당 시즌만 유달리 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마무리 투수 정해영(23‧우투우타)은 다르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팀에 들어오기 무섭게 매 시즌 꾸준하게 뒷문을 책임져줬다. 나이도 한창 젊기에 당분간 KIA는 마무리 걱정이 없다.
고교 시절만 해도 포심 구속이 평균 130km 후반, 최고 144km에 불과했으나 프로에 입단하기 무섭게 5km 이상 빨라지면서 평균 140km 중반, 최고 153km까지 끌어올리며 강속구 투수가 됐다. 주로 선발투수로 뛰었던 고교 시절과 달리 불펜에서 활약하며 힘을 아끼지 않고 쏟아낼 수 있게 된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
거기에 각이 큰 슬라이더와 140km에 달하는 스플리터를 섞어 던지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과거 해태 시절 주전 포수였던 정회열의 아들인데, 그로 인해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하자 한 팀에서 부자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사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 시즌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까지 기록하는 등 한창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데다 불펜에 곽도규, 이준영, 최지민, 전상현 등이 함께하고 있어 KIA는 당분간 뒷문이 든든할 듯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