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망> 김태양 감독
영화사 진진
- 개봉 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데뷔작을 선보이게 된 소감은.
"영화를 완성했지만 단순히 관객의 몫이라고 말하기에는 더 많이 무언가를 해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전에는 몰랐는데 완성 후 배급사, 홍보사 등 다양한 사람이 영화를 위해 노력하는구나 실감했다. 총 4년 동안 스태프, 배우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는데 영화제 참석도 기쁜 일이고 개봉까지 하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섯 배우가 본인들이 영화를 보러 갔던 예술 영화관 포스터 앞에서 사진도 찍고, 표지모델을 한 잡지도 사면서 즐기고 있었다. 그런 과정도 소중하고 재미있다."
- 영화는 단편 <달팽이>, <서울극장>과 새롭게 찍은 <소우>를 붙여 3막 형식의 장편 영화로 완성했다. 독특한 작업이지 싶은데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이 궁금하다.
"두 편의 제작 과정은 하나라고 보면 된다. 1막(달팽이) 첫 회차에 3막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문득 떠올랐다. 1막이 끝났는데 팬데믹이 왔고, 2막(서울극장)은 다른 계절로 다뤄 보고 싶었다. 원래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계획했지만 생각보다 더 길어져서 3년이 흘러 버린 거다. 시간이 예산이다 보니까 준비 기간을 오래 했다. 총 10회 차가 되었다. 1막 2회차, 2막 3회차 3막 5회차였다. <달팽이>를 선공개해 얻은 성과로 <서울극장>의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단편까지 성과가 있어서 3막(소우)의 제작비를 투자받을 수 있었다. 결국 찍고 싶은 영화를 찍으려는 전략 과정이 잘 맞았다."
- 영화 속에 시간의 흐름이 녹아들어 가 있다. 오랜 시간 공들여서 만든 '비포 시리즈'나 <보이후드>가 연상된다. 길 위의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거리의 사람들도 사전 협조 받기 힘들었을 것 같다.
"서울시의 거리 촬영 협조문을 받고 상점들은 일일이 섭외 요청을 했다. 다만 거리를 지나는 시민 모두에게 허가를 받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촬영 전 일대를 지나갈 때 찍힐 수 있음을 공지했다. 숨어서 촬영한 건 아니라서 시민들도 알고 있었고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점 사장님들은 젊은 친구들을 도와주시는 의미로 허락해 주셨다. 오히려 일부러 지나가 주기도 하셨다. (웃음)"
- 영화는 결국 한 여자와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 조우를 담고 있다.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 건지. 모더레이터로 나온 여자 역의 '이명하'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영화 곳곳에 제 이야기가 조금씩 들어 있다. 자전적인 일, 상상, 배우의 일이기도 하다. 1막은 제가 종로 일대에서 드로잉 수업을 했는데 이명하 배우와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서울극장 가는 길이라고 했고, 대화하면서 길을 가르쳐 주었던 일화다. 그날 일이 인상적이라서 집에 가서 시나리오를 끄적거렸다. 영화에서처럼 일기를 이명하 배우에게 보내주었다. 그걸 토대로 시나리오를 쓸 거라고 했다. 별거 아닌 것 같았던 일상이 영화가 된 색다른 경험을 재미있어했다."
- 하성국 배우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메인 크루 중 한 사람이다. 홍 감독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할지 기대된 이유도 있다. 디렉팅 주안점이 있나.
"학교 동문이고 20대 초반에 만난 친한 친구 사이다. 남자 캐릭터에 떠오르는 배우가 하성국 배우밖에 없었다. 저는 일단 리딩을 한번 하는데 배우가 상상해서 만들어 온 게 방향성이 다르지 않으면 큰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제 의견으로만 캐릭터를 만들지 않고 대화를 통해 조율하는 단계를 거친다. 의도를 설정해서 끌어들이지는 않는 편이다. 이후 현장에서 카메라 테스트까지 하고 리허설한다. 현장에서는 디렉팅보다는 멀리서 지켜보는 롱테이크 위주로 촬영했다. 그때마다 배우가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노력하는 편이었다."
- 그러고 보니 전반적인 캐릭터의 이름이 없다. 의도된 설정인가.
"맞다. 시나리오에는 본명으로 써 놓았다. 일상적인 톤으로 진행되는 영화라 특정한 이름이 생기는 순간 특정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일 것 같았다.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생각해 주길 바란 의도다."
"미망의 세 가지 뜻에 맞는 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