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아나콘다가 프로그램 사상 초유의 두 번째 방출이라는 아픔을 피하지 못했다.

11월 13일 방송된 SBS 스포츠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세계관의 확장>에서는 아나콘다와 국대패밀리의 챌린지리그 '방출전' 경기가 펼쳐졌다.

아나콘다는 경기전 이미 2연패를 당하며 방출이 유력해진 상황이었다. 아나콘다는 방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종전에서 국대패밀리를 무조건 3골차 이상으로 이겨야만 했다. 반면 1승 1패로 3위를 기록중이던 국대패밀리는, 아나콘다를 최대한 대량득점으로 제압해야만 슈퍼리그 승격이 가능한 2위까지 경우의 수를 기대해볼수 있었다.

아나콘다는 경기 2초만에 터진 윤태진의 행운의 선제골과 오정연의 선방을 앞세워 선전했다. 하지만 전반 막판 오정연이 국대패밀리 김민지의 왼발 땅볼 슈팅을 뒤로 빠뜨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동점을 허용했다.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진 아나콘다는 김민지의 역전 헤딩골, 박하얀의 추가 쐐기골을 연이어 헌납하며 무너졌다.

국대패밀리는 3-1로 승리하며 2승 1패로 최소한 챌린지 잔류를 확정했다. 반면 아나콘다는 3연패를 당하며 2022년 시즌 3에 이어 두번째 방출을 당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아나콘다 멤버들은 방출의 아쉬움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성용 아나콘다 감독은 "3패라는 짐은 감독이 가져가겠다. 108일간 함께하면서 고마웠다"고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한편으로 "우리 선수들이 기대했던 것을 많이 못채워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고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골때녀>에서 방출 시스템은 슈퍼-챌린지 상하위 리그 구조가 확립된 시즌 3부터 도입됐다. 당시 아나콘다는 사상 첫 방출을 당한 데 이어 2년여 만에 최초의 두번째 방출이라는 진기록을 추가하게 했다. 뒤이어 발라드림과 개벤져스가 각각 한 차례씩 방출을 당했다.

아나콘다는 <골때녀> 세계관 내에서 부동의 최약체팀으로 꼽힌다. 정규편성 시즌부터 합류했던 아나콘다는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하여 총 7번의 대회에서 전적 합산 2승 17패, 19득점 48실점을 기록하며 승률과 골득실에서 모두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중이다.

또한 아나콘다는 9연패로 <골때녀> 최다 연패 기록도 보유하고 있으며, 소속 리그가 달라 아예 만날 일이 없었던 월드클라쓰와 스트리밍 파이터를 제외하고, <골때녀>에서 상대해본 모든 팀들에게 한 번이상 패배해봤다는 유일무이한 불명예 기록까지 안고 있다.

그럼에도 성적과 별개로, 아나콘다는 기량은 다소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팀들에 도전하는 언더독 서사와, 매력적인 선수-감독의 케미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어느덧 창단한지 2년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아나콘다와 다른 팀들간의 격차가 오히려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1차 방출 당시 아나콘다는 챌린지리그에서 1승 2패로 5득점 7실점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아나콘다는 전력상 최약체이기는 했지만, 이때만 해도 다른 팀과 맞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릴 정도는 아니었고, 때로는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2차 방출을 당한 이번 시즌에는 3전 전패, 1득점 11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역대 <골때녀> 단일시즌 최다 실점, 최소 득점, 최다 골득실차라는 불명예를 두루 안으며 두번째 퇴장을 당하게 됐다. 하필이면 이번 시즌 챌린지리그 상대팀들이 발라드림, 구척장신, 국대패밀리 등 슈퍼리그에서도 우승후보로 손색없을 강팀들이 몰린 불운한 대진운도 한몫을 담당했다.

한편으로 이런 결과는, 애초에 아나콘다의 팀 콘셉트가 가진 한계와, <골때녀>의 무리한 방출 시스템이 불러온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골때녀> 제작진은 각 출연팀들마다 저마다 모델, 아이돌,솔로가수, 개그우먼, 인플루언서 등으로 구분하여 확고한 정체성을 부여했고, 이는 선수구성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아나콘다는 창단 초기부터 전현직 아나운서와 스포츠-기상 캐스터 등으로 구성된 팀이다. 직업군의 특성상, 초창기에는 축구 경험이나 운동신경과는 거리가 먼 출연자들도 다수였고 평균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물론 시즌을 거듭하면서 운동 경험이 어느 정도 있거나 나이가 젋은 출연자들이 보강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때녀>참가구단중 선수 수급풀이 가장 좁다는 문제점은 여전하다.

다른 팀과 비교하면, 국대패밀리는 운동선수(국가대표)의 가족이거나, 본인이 운동선수라면 누구라도 합류가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시즌2의 이정은(축구선수 이강인의 누나)이나, 시즌6의 박하얀(전 핸드볼 선수) 등 일반인들과 아예 차원이 다른 실력자들까지 영입할 수 있었다. 슈퍼리그를 2연패한 다국적팀 월드클라쓰 역시 '재한 외국인'이라는 기준 내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전 세계 국적의 선수들을 오디션을 통해 자유롭게 선발했다.

이밖에도 구척장신의 허경희, 액셔니스타의 정혜인, 탑걸의 김보경, 발라드림의 경서와 서기, 스트리밍 파이터의 심으뜸 등, 각 팀들은 <골때녀>세계관 기준으로 최상급의 피지컬 혹은 축구 재능을 갖추고 있는 에이스를 이미 1-2명 씩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아나콘다에는 다른 팀에 가서도 에이스나 주전을 장담할 수 있는 선수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골때녀>는 방송 3년여를 넘기면서 참가팀들의 수준이나 출연자들의 개인실력도 크게 향상됐다. 이제는 모든 팀들이 제법 수준높은 빌드업과 세트피스도 가능해졌을 정도다.

만일 출연자 전원이 거의 초짜에 가까웠던 파일럿 시즌이었다면, 지금의 아나콘다로 우승도전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나콘다도 꾸준히 노력을 거듭하며 초창기에 비하면 체력이나 조직력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팀들의 전력이 더 높아졌다는 게 문제였다.

이번 챌린지리그에서 아나콘다는 대부분의 경기 시간동안 볼을 거의 소유하지 못하고 수비에만 급급해야 했고, 유일한 1득점도 필드플레이를 통하여 만든 것이 아니라 상대 실수로 인한 행운의 득점에 가까웠다.

공교롭게도 아나콘다가 역대 거둔 2승은 모두 또다른 방출팀인 개벤져스에게 거둔 것이었다. 개그우먼팀인 개벤져스 역시 아나콘다 못지않게 핵심 선수구성에 변화가 없고 라인업의 고령화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아나콘다와 개벤져스의 부진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팀간 실력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골때녀>의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 <골때녀> 챌린지 리그는 매시즌마다 4팀중 최하위 1팀이 방출되는 구성이다. 방출된 팀은 차기 시즌에는 참가하지 못하고 차차기 시즌에야 복귀가 가능하다.

방출은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경쟁의 흥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전문 운동선수들도 아닌 출연자들에게 지나친 압박감을 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경기가 과열되며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자연히 높아진다. 특히 아나콘다처럼 선수영입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된 팀에게는 전력보강도 쉽지않다 보니 매시즌 상대팀들의 1승 타깃이 되기 일쑤다.

<골때녀>는 방송 예능이지만, 한편으로 치열한 경쟁과 공정한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적인 가치를 가장 큰 매력으로 내세워 사랑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현재 제작진은 매 시즌 승강과 방출 제도로 출연자에게 지나칠 정도의 압박을 주고 있다.

프로그램은 어느덧 세계관의 확장을 이야기하는데, 정작 출연 팀들은 콘셉트라는 족쇄로 옭아매고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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