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가수 이적의 노래 '빨래'에 꽂혀 있다. 최신곡도 아니고 무려 14년 전에 발표된 노래인데 말이다. 늘 그렇듯, 한번 필이 꽂히면 질리도록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듣게 된다.

음악 어플에 한 곡 반복을 설정 버튼을 눌러 놓았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매번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어찌나 편한지 새삼 감탄한다. 이 기능을 나만큼 요긴하게 쓰는 사람도 아마 없을 거다.

그런데 자꾸 듣다 보니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노래 가사에 빨래가 나온다. 첫 소절이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에 비가 올까요"로 시작한다. 감미로운 그의 목소리는 마법 주문처럼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푸념하듯 읊는 노래

 이적의 빨래를 즐겨 듣고 있다
이적의 빨래를 즐겨 듣고 있다뮤직팜엔터테인먼트

어쩐지 진짜 빨래를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강력하게 사로잡히게 된다. 오후에 비가 오나 안 오나 날씨를 체크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내와 나 두 식구만 살기 때문에 매일 빨래를 돌릴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없는 빨래를 만들어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하지만 애절하게 반복적으로 부딪혀 오는 가사는 나로 하여금 다른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얼른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노래 가사에 맞춰 무언가를 시작하는 나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당연히 이 노래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슨 집안일 장려송이 아니다.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법

 이적의 빨래를 듣다보면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진다
이적의 빨래를 듣다보면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고 싶어진다픽사베이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아요 그러면 나을까 싶어요
잠시라도 모두 잊을 수 있을지 몰라요
그게 참 맘처럼 쉽지가 않아서 그게 참 말처럼 되지가 않아서
무너진 가슴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난 어떡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가사 속 화자는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한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고 싶지만, 말처럼 그리고 생각처럼 잘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는 푸념하듯 빨래라도 해야겠다고 말하고 있다.

꼭 이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종종 마음이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아픈 가족으로 인해 그럴 수도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만나 그렇게 될 수 있다. 혹은 나처럼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즉 마음의 병에 걸려 그런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될 수 있다. 가사를 자세히 곱씹을수록 위로가 되어준다. 특히 어떤 이유이든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 가운데 처해 있다면 이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마법처럼 마음의 나아짐이 당장 찾아온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반복해 듣다 보면 무엇이라도 일단 해봐야겠다는 작은 용기라도 얻게 되리라 믿는다. 가사가 주는 공감과 멜로디가 주는 위로의 힘은 마음 이전에 무너진 우리의 몸부터 일어설 힘을 줄 테니 말이다.

이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첫 가사와 똑같다. "빨래를 해야겠어요. 오후에 비가 올까요"로 끝이 난다. 빨래든 청소든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다. 마음이 아플 때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아주 작고 하찮은 일이라도 몸을 일으켜 하다 보면, 마음도 서서히 일어설 수 힘을 얻게 될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페북,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이적 빨래 케이팝 마음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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