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엄격한 가풍에서 자란 두 형제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평범한 형 요우제(황재락)는 공부도 재능도 최고만을 중시하는 아버지의 눈 밖에 난 지 오래다. 공부도 잘하고 피아노도 특출난 모범생이자 가족의 자랑 동생 요우쥔(하백염)과 늘 비교 대상이 되었다.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언제나 겉돌던 요우제는 학교에서도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전락하게 된다. 부모와 선생님, 친구들의 관심과 사랑에 멀어져 버린 지 오래, 오늘도 혼자 슬픔을 삼킨다.
매번 모두를 실망시키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열심히 해도 잘 안되는 건 누구 탓인지 모르겠다. 하나뿐인 만화책도 빼앗기고 유일하게 마음을 나눈 피아노 선생님마저 그만두자 완전히 고립되어 버린다. 그러다 우연히 홍콩대를 다니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을 듣고 무거운 마음을 일기장에 털어놓는다. 꾸준히 쓰다 보면 홍콩대도 가고 그러면 부모님도 좋아하리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과 세상에서 소외된 감정을 솔직히 적어 내려간다. 마음 편히 터놓을 수 있는 창구는 이제 일기장 뿐이다.
한편, 방과 후 교실 쓰레기통에서 유서를 발견한 정 선생(노진업)은 '나는 쓸모없다'는 문장을 읽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일일이 필적을 조사하며 유서의 주인을 찾아 정신 나간 사람처럼 헤맨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쌓게 된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그날을 떠올린다.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덮어버린 상처는 여전히 고통스럽게 정 선생을 쫓아다닌다. 애써 잊었던 과거와의 조우가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가정폭력, 아이의 고립감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