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기록이다. 실제하는 현상에 카메라를 가져다 대 기록하는 일이다. 카메라를 든 사람의 입장에서 다큐는 욕망을 투영하는 작업이 된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를 정하는 일부터, 왜 그를 기록하고자 하는가를 답할 수 있는 이만이 좋은 다큐를 찍어낼 수 있다. 흘러가는 사건, 지나치는 사람들 가운데서 붙잡고 기록하려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가.
여기 한 편의 이색적 다큐가 있다. 다큐로선 흔치 않은 옴니버스(공통된 주제나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 여럿을 엮어낸 형식) 영화로 열한 편의 짧은 영상을 한 데 모아 상영한다. 이번이 시즌2, 말하자면 속편이 된다. 전편은 2022년 제작된 <봄바람 프로젝트: 여기, 우리가 있다>가 되겠다. 이제 막 순회 상영을 시작한 속편은 <봄바람 프로젝트 시즌2: 다시, 바람이 분다>다. 전편과 마찬가지 형식으로 한국사회 가운데 다양한 저항의 현장을 한 데 모아 엮었다(관련기사:
고립된 현장, 투명해지는 목소리... 다시 이어야 한다 https://omn.kr/2avh8).
다큐멘터리 제작사 오지필름과 부산다큐멘터리네트워크 다다 주관으로 열린 영화 상영회가 지난달 말 있었다. 평론과 함께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를 주관해달란 청탁을 받았다. 자본과 흥미 위주의 배급판에서 이와 같은 다큐가 상영기회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예술, 또 독립영화 지원 또한 크게 줄며 작은 영화가 대중 일반에게 다가설 통로 또한 크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미약한 힘이나마 '씨네만세'가 그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건 다양성을 근간으로 한 문화와 예술을 아끼는 자의 어찌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