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던 중이었다. 영화 〈딸에 대하여〉의 원작 소설을 읽었던 그 순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소설과 영화에는 이런 관계들이 등장한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중년 여성 주인공과 그의 딸, 전셋집에서 쫓겨나 주인공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딸과 딸의 동성 연인, 주인공이 일하는 요양 시설 사람들과 그가 맡아 돌보는 여성 노인. 어디를 봐도 고단하지 않을 법한 삶이 없고, 고상하고 평안한 관계는 기대하기 어렵다.
중년 여성-성 소수자 여성-노인 여성이라니 잘 팔릴 만한 얘깃거리가 될 등장인물도 없다. 한참 신생 노동조합들이 우르르 생겨나 정신없었을 2019년 즈음에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 책은 내 인생의 작 은 한순간을 글과 함께 박제해 버렸다. 이 용감한 소설이 영화화된다니 안 볼 도리가 없었다.
엄마의 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