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1990년대부터 익숙했지만 국내에서 시즌제 드라마는 2000년대 시트콤과 케이블TV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201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됐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젠 시청자들도 인기 드라마가 주인공의 죽음 같은 극단적인 상황 없이 종영하면 자연스럽게 시즌2 제작을 기다리곤 한다.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즌1을 만들었던 작가와 제작진, 그리고 주요 배우들을 시즌2에서도 그대로 캐스팅 하는 것이다. 가끔 시즌1의 인지도에 의지해 제작진과 배우들을 대거 교체한 채로 시즌2를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과 배우가 바뀌면 드라마의 흐름과 색깔도 바뀌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모으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장나라·남지현의 <굿파트너>와 박신혜의 <지옥에서 온 판사> 등 여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금토드라마 두 편을 연속으로 성공시킨 SBS에서는 오는 8일부터 5년 7개월 전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두 번째 시즌이 방송된다. 다혈질 성격과 불타는 정의감을 가진 국정원 특수요원 출신 열혈 신부가 경찰 및 검찰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악의 뿌리를 뽑는다는 내용의 사이다 코믹 활극 <열혈사제> 시즌2다.

5년 7개월 만에 돌아온 열혈 신부님

 8일 첫 방송되는 <열혈사제2>는 시즌1이 종영한 지 5년7개월 만에 돌아온다.
8일 첫 방송되는 <열혈사제2>는 시즌1이 종영한 지 5년7개월 만에 돌아온다.<열혈사제2> 홈페이지

2019년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열혈사제>는 주말 드라마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SBS에서 과감하게 드라마의 편성 날짜를 금요일과 토요일로 변경한 후 방송된 첫 번째 드라마였다. 사실 금토드라마라는 개념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열혈사제>는 주말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멜로 요소 따위는 찾을 수 없는 '코믹 수사극'을 지향했기 때문에 성공 여부가 불투명했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통쾌한 사이다 액션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을 만족 시킨 <열혈사제>는 최고시청률 22%를 기록하면서 SBS 금토드라마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김해일 신부 역의 김남길은 연말 그 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신입형사 서승아 역의 금새록도 인지도를 부쩍 끌어올렸다.

종영 시점부터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컸던 <열혈사제>는 종영 후 5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시즌2 제작에 대한 소식이 없었다. 드라마를 집필한 박재범 작가는 그 사이 드라마 <빈센조>의 각본을 썼고 김남길 역시 영화 <클로젯>과 <비상선언>,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아일랜드> 등에 출연하며 바쁜 활동을 이어갔다. 그렇게 <열혈사제> 시즌2 제작은 자연스럽게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던 지난 4월 SBS에서는 <열혈사제>의 시즌2를 제작한다고 발표했고 4월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금새록 등 몇몇 배우들이 스케줄 문제로 시즌2에 함께 하지 못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 김성균 등 시즌1의 핵심 멤버 3인방은 물론이고 고규필, 안창환, 백지원, 전성우 등 시즌1의 주역들이 대거 합류했다. 여기에 성준과 서현우, 김형서 등이 새로 가세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예정이다.

<열혈사제> 시즌2는 시즌1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의 기대 속에서 지상파 및 종편,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와 예·교양 프로그램과의 쉽지 않은 경쟁이 예고돼 있다. 여기에 오는 9일 개막하는 야구 국제대회 프리미어12 역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1에서 보여줬던 유쾌하고 통쾌한 매력을 잘 유지한다면 시즌1 못지 않게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 받았던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

시즌제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제작·편성하는 케이블 채널이나 OTT에 비해 지상파에서는 시즌제 드라마 제작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전편의 인기에 편승해 시즌제 드라마를 섣불리 제작·편성했다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신중하게 제작한 지상파의 시즌제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경우도 적지 않았다.

KBS의 가장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는 바로 <학교> 시리즈였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네 시즌에 걸쳐 방송된 <학교>는 10년 넘게 명맥이 끊어졌다가 2012년 <학교2013>을 통해 부활했다. 그 후 <학교 2015-후아유>와 <학교2017>, <학교2021>이 차례로 제작됐으며, 장혁과 하지원, 조인성, 김래원, 임수정, 이종석, 김우빈, 김소현, 남주혁, 김세정, 조이현 등 많은 스타 배우들을 배출했다.

'드라마 왕국'으로 명성이 높은 MBC는 의외로 시즌제 드라마가 많지 않았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방송됐던 정재영·정유미 주연의 <검법남녀>가 있었고 제작 당시부터 2개의 시즌으로 나눠서 만들었던 <트레이서>가 있었다. 그리고 지상파 조기 종영의 아픔을 겼었던 조선시대 과학수사물 <별순검>은 자사 케이블 채널에서 시즌제 드라마로 방송을 재개해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3까지 제작된 <낭만닥터 김사부>는 가장 성공한 지상파의 시즌제 드라마 중 하나다.
시즌3까지 제작된 <낭만닥터 김사부>는 가장 성공한 지상파의 시즌제 드라마 중 하나다.<낭만닥터 김사부> 홈페이지

SBS에서는 시즌1과 시즌2의 최고시청률(27%)이 일치했던 <낭만닥터 김사부>가 2016년과 2020년, 지난해에 걸쳐 3개의 시즌으로 제작·방송됐다. 또한 김소연에게 연기 대상을 안겼던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 시리즈도 3개의 시즌으로 제작되면서 SBS의 효자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제훈의 다양한 '부캐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모범택시> 시리즈 역시 SBS가 성공시켰던 대표적인 시즌제 드라마였다.

그렇다고 SBS의 시즌제 드라마가 언제나 성공 가도를 달렸던 것은 아니다. 2022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소방서 옆 경찰서>는 1년 후 스케일을 키워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로 돌아왔지만 방영 기간 내내 한 번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넘지 못했다. 김순옥 작가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7인의 탈출>과 <7인의 부활> 역시 SBS에게는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열혈사제2 시즌제드라마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