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집지키는 딸' 공연장면
서지혜
- 각 에피소드가 서로 약간의 차이가 보이는데, 연출가로서 어떤 점들이 다르게 읽히길 바라는가?
"1부는 의료의 한계라고 할까. 의료진들이 환자를 대할 때 굉장히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이길 원했다. 특히 정신에 대한 의학은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해 환자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아는 의사가 없는 모습에서 의료인과 환자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가 보였으면 했다.
2부는 장녀 자신이 의료인인데, 아버지를 보살피지 못한 덧에 대한 죄책감을 안고, 다른 나라에 의료봉사활동을 하러 왔으나 결국 자신의 일방적인 의지와 생각만으로 마을 사람들을 돌보려 했다는 것이 포인트다.
3부는 어머니 외에 온 가족이 의료인 집안인데도 아픈 한 가족을 돌보지 못해 가족 안에 분란이 나는 모습들을 통해 돌보는 것은 의료를 얼마나 잘하고, 잘 아는지 보다 환자에 대한 마음이 중요하다."
- 30명의 출연배우가 작품에 오르려면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난관을 해결했는가. 연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제작 과정인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지원사업이 없었다면 꿈만 꾸었을 일이다. 이 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사실 그러고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인적, 물적 자원으로 제작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지원사업 덕분이다. 내가 한 건 소품이나, 세트들을 재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제작비에만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게 노력한 점이다.
그런데 정말 감사한 건 배우와 스태프들이 예산이 부족한 것을 알고 오히려 더 걱정해줬고, 개인 연습실 공간이나, 음식, 후원자들까지 소개해 줬다. 이 또한 극단이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30명배우 중 20명이 극단원들이었기에 무대전환이라든가, 소품 제작, 퍼펫 제작 등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는 것에서 절약할 수 있었다."
- 혹자의 평론에선 무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주제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막전환 시 무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가?
"소설을 각색하다 보니 아무리 줄이고, 줄여도 여러 다양한 장면과 장소들이 구현돼야 했다. 너무 상징적이거나 비사실적인 것은 극의 성격과 맞지 않고, 너무 리얼한 무대는 공간의 한계를 주게 될 거라는 생각에 무대디자이너와 여러 차례 우려사항들에 대한 회의를 했다. 그러다 나온 것이 모빌형 무대였다. 장녀들이 갇혀있는 집이라는 구조와 이미지는 두되, 이 집들이 분리되고 합쳐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보자는 의견으로 좁혀졌다.
그렇게 1, 3부는 집이 메인무대라 가능했지만, 2부 미션이 완전히 다른 (라다크) 곳이라 어떤 표현들로 전환이 이뤄져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1부 마지막에 장녀, 나오미가 '집을 판다'는 것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딸이 집을 팔고 그 집이 공사나 이사에 들어간다면? 집을 보여주는 무대들이 서서히 분리돼 퇴장하고, 사라지면 빈 무대에 새로운 무대가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1부 무대가 완전히 사라질 때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커튼이 걷히고 그곳에 히말라야산맥과 타르초가 있는 것이다. 셋업 때는 이것들이 과연 얼마나 자연스레 구현될까 고민도 했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잘 구현된 듯하다."
"한국 결혼제도 문제점 등 다뤄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