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연금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1위다. 정년퇴직한다고 해도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노인 빈곤 문제 무엇이 원인일까?

지난 10월 29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흔적- 가난한 노인의 낮과 밤' 편이 전파를 탔다. 폐지 줍는 노인들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로 노인들의 활동을 분석했다. 취재 이야기에 대해 듣기 위해 지난 1일 해당 회차 연출한 서영민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서 기자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대한민국, 구조적으로 가난한 노인 만들어"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KBS

- 노인 빈곤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저는 경제 중에서도 거시경제 같은 분야를 오래 다룬 기자입니다. 세상과 경제를 구조로 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에요. 기획재정부, 통계청 쪽 출입을 하다 보면 항상 외국에서 나오는 한국에 대한 경제 평가 보고서 같은 걸 많이 읽게 되거든요. 일하며 OECD에서 한국과 관련된 결과가 나왔을 때는 충격을 받았는데,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사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되게 발전된 나라, 성공한 나라로 보고 있어요. 동시에 우리나라의 되게 어두운 점이 있는데 두 가지예요. 하나는 청년이 취직을 못 하거나 미룬다는 거예요.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영원히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에 갇혀서 좋은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고 준비를 하느라 취직을 안 하니 청년 실업률이 높았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노인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거예요. 저는 일반적으로 빈부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일반적인 수준의 가난으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한민국의 노인은 너무 가난해요. 수치가 그걸 증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가 단지 노동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고 노인들이 굉장히 가난하죠. 역사적으로 이렇게 성공한 나라에서 우리가 노인들을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그 뒤로 노인 빈곤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졌어요. 그렇게 단순히 노인이 어쩌다 보니 가난해진 게 아니고 대한민국이 구조적으로 노인을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게 제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취재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 빈곤의 기준은 뭘까요?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빈곤은 상대적 빈곤입니다. 먼저 우리사회 전반적인 소득 수준은 통계적으로 중위 소득을 기준으로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을 제일 돈 많은 사람부터 제일 돈 없는 사람까지 한 줄로 쭉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있는 사람 50등 정도가 중위 소득에 해당합니다. 중위 소득을 버는 사람의 소득 수준이 있잖아요. 중위 소득에 해당하는 금액이 150만 원이라면, 50%는 75만 원이잖아요. 그런데 이 75만 원도 벌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결국 전체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의 인구 비율이 상대적 빈곤율인데, 저희는 이를 빈곤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 몇 년 전 <시사기획 창>에서 폐지 줍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같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노인 빈곤의 구조를 말하고 싶었는데, 여기에서 폐지 줍는 노인을 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난한 노인들이 가장 손쉽게 하는 돈벌이가 폐지 줍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이분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하다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사용해서 빅데이터 분석을 했습니다. 그 결과 가난한 노인들이 구조적으로 그리고 일상적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이 차별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큐를 본 시청자들이 인상 깊게 봤다고 한 부분이 다단계에 빠진 어르신들인데요. 사실 처음에는 강남 한복판에 가난한 노인들이 낮에 단체로 다니는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동네는 무료 급식소가 별로 없거든요. 취재진이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노인을 상대로 한 다단계 사업이 엄청 많은 거예요. 지역 주민들도 다 알고 있고, 언론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단지 다단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가난한 노인이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요. 가난한 노인들이 가난하기 때문에 돈 벌어보려고 다단계 유혹에 빠진다는 걸 쉽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점을 짚을 수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테헤란로에 모이는 노인들

 방송 장면 갈무리
방송 장면 갈무리kbs

- 휴대전화로 노인 이동 빅 데이터를 활용할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동 데이터를 활용한 건 처음이지만 그 전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보도를 꽤 많이 해봤어요. 그래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면, 정부의 공식 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노인과 관련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처음에는 지하철역 노인 이동 데이터를 분석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데이터를 보니 서울 시민 생활 이동 인구 데이터라는 게 있더라고요. 서울시에서 분석하는 이동통신 데이터였습니다. 이를 노인만 따로 떼어 분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 취재 중에 가장 놀란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다단계와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테헤란로는 우리가 다 아는 벤처의 성지잖아요. 대한민국 강남 도심의 심장과 같은 지역인데 이 지역에 노인이 있더란 말이죠. 그냥 노인도 아니고 가난한 노인이요."

- 왜 그곳에 노인을 상대로 한 다단계 업체가 있을까요.
"정확한 분석은 좀 더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취재한 걸 종합하면, 테헤란·선릉역 이쪽이 어르신들을 상대로 한 다단계 사업의 중심지로 보였어요. 언론에서도 '코인 다단계'나 '각종 생활용품 다단계' 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졌다고 다뤘더라고요. 왜 일까 추측해보면, 선릉역은 업무 중심지 잖아요. 아무래도 정보가 모이는 곳이다 보니 사무실도 많고 그 사무실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을 거고요. 또 선릉역 지하철역이 있어 노인들은 지하철이 있는 곳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추가 분석이 좀 더 필요합니다."

- 쪽방촌에 계신 분들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일반인들이 쪽방촌에 가면 충격을 받습니다. 전문가는 이를 두고 오감이 충격을 받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제로 쪽방촌은 모든 것이 열악합니다. 방의 사이즈만 작은 게 아니고요. 저는 여름에 쪽방촌에 갔는데 코로 들어오는 후각적인 충격이 컸습니다. 방은 좁고 습하고 굉장히 낙후되어 있고 곰팡이도 많고 벌레도 많고 그래서 모든 오감이 한꺼번에 충격을 받는 거죠."

- 유품 정리사인 김현섭씨도 인터뷰하셨잖아요.
"대한민국의 고독사 혹은 혼자 사시다 돌아가시는 노인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현섭씨는 정부 강연도 많이 하고 해외 상황도 보는 분이에요. 그분 말씀이 곧 우리가 일본을 따라갈 텐데 우리가 일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일본의 고독사는 대부분 노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독사 중 노인이 아닌 세대도 있는데 그건 그것대로 문제라고 볼 수 있죠."

- 프로그램 마지막에 팝송 부르는 노인이 나오더라고요.
"LH에서 내준 장기 임대주택으로 꽤 괜찮은 집에 사는 노인이었어요. 이분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취재했습니다. 이분은 빈곤한 노인이 어떻게 하면 경제적으로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수급비도 받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LH 장기전세주택에 살기에 거주 환경도 괜찮았거든요. 월세도 10만 원 안팎인데 이것도 정부에서 지원해 줍니다. 그러고 매일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에 다니면서 다양한 취미 활동도 하시고 사회 활동도 하시는 분이고요. 근데 이런 분조차 밤이 되면 외롭습니다. 밤의 외로움을 그 노래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이분이 교육 못 받고 돈 벌지도 않은 삶을 산 분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팝송도 배웠고, 대학 시험도 쳤고 공장에서도 일했고요. 남들 일할 때 다 일하고 평범하게 살았는데 노인이 되어 정부에 위탁해서 살아야 하는 삶이 된 겁니다. '팝송 부르는 노인'이라는 게 그런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 방송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한국의 노인이 이렇게 불행합니다. 그냥 노인이어서 불행한 게 아니고 한국이어서 노인이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취재만 하는데도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요. 가난을 일상으로 만드는 사회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서영민 시사기획창 노인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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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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