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 블랜치필드(사진 왼쪽)가 로즈 나마유나스에게 하이킥을 시도하고 있다.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상위 체급의 위엄, 승패 가른 파워 차이
'체급차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경기력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파워, 맷집의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본래체급에서 통하던 힘이 상위체급 선수들을 상대로는 먹히지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타격, 그래플링 모든 쪽에 영향을 준다.
제대로 맞추면 큰 충격을 받거나 쓰러지던 상대들이 자신의 타격을 맷집으로 버티는 경우가 생겨나며 몸싸움 과정에서 느껴지는 격차 역시 달라지게 된다. 반면 자신이 느끼는 상대의 타격 파워나 그래플링 압박은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체력적인 문제까지 유발시켜 쉽게 지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많은 선수들이 월장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다. 나마유나스 또한 월장 첫 경기에서 마농 피오로(34·프랑스)로에게 만장일치 판정패하며 상위체급의 혹독함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체급에 조금씩 적응하면서 클래스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연승에 성공한다. 그리고 지난 3일(한국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시 로저스 플레이스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모레노 vs 알바지'대회서 기회를 잡았다.
나마유나스는 코메인 이벤트에서 플라이급 랭킹 3위 에린 블랜치필드(25·미국)와 격돌했다. 이경기마저 이긴다면 챔피언 타이틀전으로 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결과는 역전 판정패(48-47, 48-47, 48-47)였다. 활발한 움직임으로 경기 초반 우위를 잡았으나 상위 체급에 익숙한 파이터와의 파워 차이를 극복하지못하고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블랜치필드는 경기 초반 태권도 검은띠 나마유나스의 활발한 사이드 스텝과 타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2라운드에 특기인 테이크다운마저 되치기 당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더 큰 사이즈를 바탕으로 압박한 끝에 역전에 성공했다. 아래 체급에서 올라온 나마유나스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펀치는 블랜치필드의 전진을 막지 못했다.
나마유나스는 블랜치필드가 아무렇지 않게 맞으면서 계속 밀고 들어오자 3라운드부터 지치기 시작했다. 결국 뒤로 밀리며 먼저 테이크다운을 걸었다가 되치기 당하며 그라운드에 깔렸다. 역전의 신호탄이었다. 이후부턴 블랜치필드가 부지런하게 압박하며 후반 세 라운드를 모두 가져갔다.
블랜치필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힘든 경기였다. 직전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승리가 간절했다"고 했다. 이름값 높은 나마유나스를 잡은 그는 다시 타이틀을 향해 달려간다. UFC 6연승으로 기세가 좋았던 블랜치필드는 지난 3월, 2위 피오로에게 패하며 주춤했다.
하지만 빅매치 승리로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고 나마유나스전 승리를 발판으로 다시 일어나 전 챔피언 알렉사 그라소(31·멕시코)를 꺾고 정상에 도전하려 한다. 블랜치필드는 "난 결코 챔피언이 될 일이 없는 선수들하곤 싸우고 싶지 않다. 이미 그라소가 기꺼이 나와 싸우겠다고 말했으므로 성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 챔피언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경기 초반 자신에게 유리했던 상황을 살리지 못한 나마유나스로서는 아쉽기 그지없다. 이번 맞대결을 이겼더라면 블랜치필드의 기회는 나마유나스가 가져갔을 것이다. 본인이 오랜기간 뛰었던 스트로급과 새로이 적응해야하는 상위체급 플라이급은 확실히 달랐다. 중요한 고비에서 미끄러진 나마유나스가 새로운 체급에서 다시금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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