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인&이진형 <어떤 힘(Invisible Forces)> 공연 장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쯤에서 그가 소속된 단체를 눈여겨보자. '우울하고 몽환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불어 '멜랑콜리(melancholy)'에서 파생된 멜랑콜리댄스컴퍼니다. 단체는 이름처럼 무용을 몽환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을까. 아니면 우울한 현대인의 심리상태를 보이고 싶었을까. 요상한 이름은 듣는 이의 궁금증을 자아낼 만하다.
이에 관해 그는 "동시대를 예술로 바라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창작물을 무용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래서 역동적인 움직임뿐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한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은 기법으로 우리가 상상하는 모습을 현실로 만드는 경이로움은 덤이다.
그는 작품 속에서 '포스트 휴먼시대'를 앞두고 "시대와 사회가 변하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인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 되묻는다. 이는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모호해지기 때문에 인간과 기술을 긴밀하게 연결 지어 인간을 탐색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내다봤다. 인간에게 닥친 새로운 삶의 환경과 인간의 정체성을 성찰하는 것이 작품의 첫 번째 목표다. 하지만 몇 년 간의 일관된 작업방식에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활동에서 (스스로) 다소 정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주목 받는 예술가와 함께 무용을 고민했던 그는 최근에 남모를 고민에 빠졌다. 수준 높은 작품으로 모두가 갈망하는 단체와 공연했지만, 아마도 100퍼센트 만족하지 않았나 보다. 그가 지난 3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 < 어떤 힘(Invisible Forces) >(정철인X이진형)으로 대중 앞에 나왔을 때 필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난 발자취와는 다른 길을 시도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이전과 다른 차별점이 보인다. 물리 현상에 고민하던 그의 무용은 현실에서 설명할 수 없는 영역까지 확대된다. 그래서 'Invisible Forces'의 해석을 '보이지 않는 힘'이 아니라 '어떤 힘'이라고 자신 있게 불렀을 것이다.
그의 고민은 '얽힘(entanglement)'과 '비국소성(nonlocality)'이라는 낯선 용어와 연관 있다. 그가 모티브로 했던 이것은 물리학에서 관심받는 소재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장면을 만들어 내고, 기술을 바탕으로 장치와 연결함으로써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실험했다.
공연에 앞서 다소 난해한 용어에 관한 배경 설명을 준비했다. '비국소성'은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은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작용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는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두 물체는 서로 영향을 줄 수 없다"라는 물리학 '국소성 원리(principle of locality)인데, 천재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양자역학과 실재'에서 처음으로 명시됐다. '얽힘'은 "두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앞서 국소성을 믿었던 아인슈타인에게는 믿기 어려워했던 현상이다.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이론이라 치부됐지만, 최근에 와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입증될 정도로 주목받는다.
안무가는 그동안 보이는 힘(Visible Forces)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Invisible Forces)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하는 고집력은 변하지 않았고, 무용을 통해 표현하는 메시지는 일관되다. 하지만 안무가는 그가 소재로 삼았던 배경에서 무궁무진한 영역으로 확장하는 발판이라고 힘주어 말하겠다.
예술과 기술의 만남, 미디어 작가와 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