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이 적지에서 도로공사를 꺾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는 3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29-27,25-21)으로 승리했다. 지난 10월30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2-3으로 경기를 내주며 첫 패를 당했던 정관장은 도로공사를 개막 4연패의 늪에 빠트리면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3승1패).

정관장은 메가왓티 퍼티위가 56.1%의 성공률로 23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반야 부키리치가 13득점, 정호영이 10득점을 올리며 뒤를 이었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강소휘가 21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음에도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아직 시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도로공사의 부진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리' 임명옥 리베로의 예상치 못한 부진 역시 도로공사가 흔들리는 큰 이유다.

강소휘 영입하고도 개막 4연패 수렁

 임명옥은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되며 '최고 리베로'의 자리를 지켰다.
임명옥은 지난 시즌까지 5시즌 연속 리베로 부문 BEST7에 선정되며 '최고 리베로'의 자리를 지켰다.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2022-2023 시즌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후 '클러치 박'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팀을 떠난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6위로 순위가 뚝 떨어졌다. 박정아의 이탈로 인한 공격력의 약화는 아무리 조직력이 탄탄한 도로공사라도 쉽게 극복할 수 없었다. 이에 도로공사는 지난 4월 FA시장에서 '최대어'로 불리던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를 3년 총액 24억 원의 거액을 주고 영입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강소휘 효과'는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강소휘는 4경기에서 33.86%의 공격성공률로 51득점(12위)을 올리고 있고 44.68%(2위)의 안정된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강소휘는 시즌 개막 후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팀이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도로공사는 24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강소휘를 영입한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아시아쿼터로 선발했던 유니에스카 로블레스 바티스타는 시즌 개막 후 2경기에서 7득점을 기록한 후 일찌감치 '기량미달' 판정을 받았다. 강소휘와 189cm의 장신 아웃사이드히터 유니로 이어지는 아웃사이드히터 콤비를 구상했던 김종민 감독은 유니의 부진 때문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김종민 감독은 최근 2경기에서 유니 대신 문정원과 전새얀, 김세인 등 국내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지난 시즌 블로킹 5위(세트당 0.60개)와 속공 7위(44.38%)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던 김세빈도 쉽지 않은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지난 9월 기흉 증세로 수술을 받으며 컵대회에 불참했던 김세빈은 몸 상태가 빠르게 회복돼 개막전부터 출전하고 있지만 4경기에서 9득점, 블로킹 1개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김세빈이 지난 시즌의 위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도로공사는 이번 시즌 주전 세터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22-2023 시즌 신인왕 출신 이윤정이 개막 후 2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전했지만 최근 2경기에서는 이번 시즌 전체 1순위 신인 김다운 세터가 경기를 조율했다. 이처럼 도로공사는 여러 포지션에서 확실한 주전 라인업을 꾸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 중 임명옥 리베로의 부진은 김종민 감독과 도로공사 팬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최리' 명성에 어울리지 않은 초반 활약

 임명옥이 흔들리면 끈질긴 수비와 조직력이 강점인 도로공사는 가장 큰 무기 하나를 일게 되는 셈이다.
임명옥이 흔들리면 끈질긴 수비와 조직력이 강점인 도로공사는 가장 큰 무기 하나를 일게 되는 셈이다.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임명옥 리베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리베로다. 지난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한 후 햇수로 10년째 도로공사의 붙박이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김해란, 오지영, 나현정 등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들 사이에서 꾸준히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정점에서 꺾이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뒤늦게 전성기가 찾아왔다.

2019-2020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리베로 부문 BEST 7에 선정된 임명옥 리베로는 지난 시즌까지 무려 5시즌 연속으로 리베로 부문 BEST 7을 휩쓸었다. 특히 도로공사 이적 후 9시즌 연속으로 50%가 넘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는 뛰어난 수비 실력을 뽐냈다. 그는 도로공사가 6위로 떨어졌던 지난 시즌에도 56.54%의 리시브 효율로 이 부문 5시즌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번 시즌 강소휘(8억 원), 배유나(5억5000만 원)에 이어 도로공사에서 3번째로 많은 3억7000만 원의 연봉(옵션 포함)을 받았으며, 도로공사의 후방 수비를 책임져야 할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 10월 22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상대의 짧은 서브에 크게 고전하며 리시브 효율이 30.3%에 그쳤고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에게 0-3으로 완패했다.

임명옥 리베로는 10월 26일 기업은행전에서 61.54%, 31일 현대건설전에서 47.83%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면서 '최고 리베로'의 위용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홈팬들 앞에 선 3일 정관장전에서 리시브 효율25%로 흔들렸다. 리시브 5위(39.51%)와 디그 7위(세트당 4.20개), 수비 4위(세트당6.33개)로 본인의 명성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에서 리베로로 등록된 선수는 만38세의 임명옥 리베로와 지난 시즌 수련선수로 입단했던 2년 차 김미진 리베로밖에 없다. 프로 입단 후 공식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김미진 리베로가 당장 주전으로 활약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 수비의 운명은 임명옥 리베로가 쥐고 있다. 오랜 기간 '최고 리베로'로 군림하던 임명옥 리베로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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