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개봉 전부터 대중과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베놈 트릴로지의 막을 장식할 '베놈 3', 공식 제목 <베놈 : 라스트 댄스> (Venom: The Last Dance)가 10월 23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베놈 : 라스트 댄스>는 베놈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에디 브록(톰 하디)과 그의 심비오트 베놈이 도망자 신세가 되어 그들의 생존을 위해 마지막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부제목 'The Last Dance'에서는 에디와 베놈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결말을 맞이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인간의 몸속에서 공생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 스틸컷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 스틸컷소니 픽처스 코리아

베놈은 '동물에게 물리거나 찔림으로써 중독되는 독'이나 독액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영화에서 베놈은 심비오트라는 외계 종족으로, 인간을 숙주로 삼아 침투해서 신체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거나 호전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하면 종국에는 인간을 먹어 치우는 무시무시한 빌런이다. 처음에는 스파이더맨에 붙어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톰 하디가 연기한 에디 브록이라는 남자와 공생한다.

베놈 트릴로지에서는 외계 물질인 심비오트가 인간의 몸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서 생물학 개념인 '공생'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둘의 공생이 마무리될 수도 있는 이번 영화를 보기 전, 이 둘이 어떻게 처음 공생하는지와 생물학 개념인 공생을 함께 알고 간다면 더욱 재밌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공생'이란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생명체들이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며, 생태계의 안정성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공생은 크게 4가지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상리공생, Mutualism

상리공생은 두 생명체가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다. 사람과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대표적이다. 장내 미생물은 사람이 소화하기 어려운 섬유질이나 복합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면역 세포와 상호작용을 하여 외부 병원균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사람은 장내 미생물이 생존하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여 서로 득이 되는 관계는 유지된다.

편리공생, Commensalism

편리공생은 한 생명체는 이익을 얻고, 다른 생명체는 특별한 이익이나 해를 받지 않는 관계다. 나무 위에 서식하는 난초는 나무의 줄기나 가지에 붙어 자라면서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높은 위치에 자리 잡는다. 이로써 난초는 더 많은 빛과 공기를 얻는다. 난초는 흙 속 영양분을 직접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와 영양분을 놓고 경쟁하지 않는다. 즉 나무는 아무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난초는 이익을 얻기에 편리공생 관계인 것이다.

편해공생, Amensalism

편해공생은 한 생명체는 피해를 보고, 다른 생명체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 관계이다. 대표적으로는 푸른곰팡이와 박테리아가 있는데, 푸른곰팡이의 분비물 '페니실린'의 항생작용이 박테리아의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박테리아의 정상적인 생존을 방해한다.

기생, Parasitism

기생은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에게 해를 끼치며 이익을 얻는 관계다. 벼룩이나 진드기 같은 기생물이 그 예다. 이들은 숙주의 피를 빨아먹으며 영양분을 얻지만, 숙주에게는 질병이나 고통을 유발한다. 특정 기생 생물이 잘못된 숙주에게 감염되면, 숙주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보통 기생물이 본래의 적합한 숙주와의 공진화를 통해 숙주를 해치지 않고 장기간 공존할 수 있도록 적응했기 때문인데, 잘못된 숙주에 감염되면 이러한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리공생과 기생

 영화 '베놈 : 라스트 댄스'
영화 '베놈 : 라스트 댄스'소니픽처스코리아

이 중 영화 베놈 트릴로지 속 숙주와 심비오트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리공생'과 '기생'의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베놈 1'에서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CEO 칼튼 드레이크(리즈 아메드)는 심비오트를 인간과 결합하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개인적 야망과 더 나은 인류를 위해 심비오트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 실험 과정에서 드레이크는 윤리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 사회적 약자 계층을 실험 대상으로 끌어들이며, 피실험자에게 실험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은 채 실험을 진행한다. 이런 피실험자들은 심비오트와의 결합 실패로 인한 부작용을 겪고 결국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기자였던 에디는 드레이크의 비인간적인 실험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라이프 사의 한 과학자로부터 라이프 사의 악행을 세상에 알릴 것을 요청받는다. 에디는 자료 수집을 위해 라이프 사의 실험실에 침입하는데 이때 인체 실험을 당하던 사람을 구하다 에디 자신이 심비오트와 결합한다. 에디는 심비오트와 결합하고도 다른 피실험자들과 달리 목숨을 잃지 않았다. 심비오트가 적합한 숙주를 찾은 것이다.

위의 두 장면은 기생물이 잘못된 숙주와 공진화를 이룬 적합한 숙주 각각과 결합한 사례를 잘 보여준다.

에디에게 기생하는 베놈

"I have a parasite. (제 몸에 기생충이 있어서요.)"

심비오트와 결합한 에디를 처음 본 사람이 에디에게 그 존재에 관해 물을 때 에디가 한 말이다.

초반에 심비오트는 에디에게 기생하는 존재로 보인다. 심비오트는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에디의 몸에 결합하면서 에디에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해를 끼친다. 심비오트와 결합한 에디는 심한 고통과 어지럼증을 느끼며 토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에디에게는 베놈의 목소리가 들리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아무런 죄 없는 시민의 머리를 집어삼키는 등의 행동이다. 이런 부분에서 심비오트가 에디를 '숙주'로 삼아 이용하기만 하는 기생 관계라는 게 드러난다.

베놈과 에디의 관계성 변화

자기 몸에 기생충이 있다면 없애버리고 싶기 마련이다. 에디는 심비오트의 약점을 이용하여 베놈을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둘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의 필요성을 깨달으며 상리공생에 가까운 관계로 변모한다. 에디는 심비오트 덕분에 강력한 신체적 능력을 얻어 라이프 사의 악행을 막는 목적을 이루고, 심비오트는 에디를 통해 생존과 자기 보호를 해 나간다. 이러한 상리공생 관계는 '베놈 2'에서는 더 강력한 빌런 '카니지'에 맞서 싸울 기회를 제공한다.

베놈 트릴로지는 기생물과 숙주의 기생 관계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상리공생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생물학적인 방식보다는 갈등하는 두 존재가 이해와 타협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는 모습으로 풀어서 그려낸다. 마치 공생 관계의 생물체가 각각 인간의 의식이 있다면, 베놈 트릴로지 속 베놈과 에디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렵지 않은 과학적 개념을 이용하는 영화는 베놈 트릴로지 외에도 많이 존재한다. 과학 정보를 참고해 영화를 관람하면 또 다른 해석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베놈 개봉 공생 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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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양우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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