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수원 KT 소닉붐과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김효범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프로농구 감독들이 연이어 설화에 휩싸였다. 선수와 심판에 대한 막말·판정 기준에 대한 불만에 이르기까지, 일부 감독들의 선을 넘는 언행에 KBL이 결국 제동을 걸었다.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은 최근 '씨름농구' 발언으로 KBL의 판정에 불만을 터뜨렸다가 제재금 70만 원 징계를 받았다.
KBL은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제30기 제3차 재정위원회를 열고 김 감독의 발언을 KBL에 대한 '비방행위'로 규정해 제재금을 부과할 것을 결의했다.
또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KBL은 최근 10개 구단에 '비속어 사용에 대한 주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원주 DB의 김주성 감독,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이 경기 도중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TV로 여과 없이 중계되며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은 데 대한 조치다. 다만 김주성 감독과 전창진 감독에게는 별도의 제재금이나 징계는 내려지지 않았다.
김효범 감독의 씨름농구 발언은 올시즌 KBL의 새로운 판정기준은 '하드콜'에 대한 이의제기 과정에서 나왔다. 지난 27일 서울 SK와의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삼성 외국인 선수 코피 코번이 파울콜에서 불이익을 읻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감독은 "코번이 28분을 뛰고 14번의 공격을 시도했는데 파울을 4번 받았고 자유투 시도도 4번에 불과하다. 수비가 3명이 붙어서 올라가는데도 파울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일관성이 아쉽다. 골밑에서 씨름만 하는 농구를 누가 보겠나"라며 판정에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KBL은 올 시즌 유재학 경기본부장이 부임한 이후, 국제 농구 기준에 따라 정당한 몸싸움에는 파울을 불지 않는 하드콜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파울이 불렸던 상황이 올시즌에는 정상적인 플레이로 인정받는 경우가 늘었다. 이러다 보니 몸싸움이 치열해지는 골밑은 이전보다 더한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신장 206㎝, 몸무게 116㎏의 정통 빅맨인 코번은 골밑 공격시 상대팀으로부터 더블팀을 당하거나 파울을 당하는 게 다반사였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상대의 집중수비에도 파울이 불리는 횟수마저 줄어드니 코번이 더 고전할 수밖에 없다. 삼성은 올시즌 5전 전패를 당하며 아직까지 첫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하드콜로 골밑에서 더 거친 몸싸움 수비가 난무하는 상황을 씨름에 빗대어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농구팬들은 김효범 감독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자밀 워니(SK), 게이지 프림(현대모비스)등 코번처럼 골밑 위주로 플레이하면서도 하드콜에 잘 적응하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 오히려 과도한 파울과 플라핑 등으로 경기 흐름이 자주 끊기는 기존 KBL 판정 스타일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팬들은 하드콜의 필요성에 더 공감한다. 김효범 감독이 공식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판정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도 제재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김주성·전창진 감독도 구설
김주성 원주 DB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비속어로 구설에 올랐다. 김주성 감독은 지난 24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4쿼터에 작전타임 도중 외국인 선수 이선 알바노에게 욕설을 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알바노의 수비가담 문제와 거듭된 지시 불이행에 화가 쌓인 상태였고, 그럼에도 알바노가 계속해서 항변을 계속하자 결국 분노가 폭발해 보드마카를 집어던지며 숫자 욕설을 날렸다. 이날 DB는 가스공사에 무려 30점차로 완패했다.
김 감독은 26일 안양 정관장전을 앞두고 "적절치 못한 언행이 나온 것을 팬들과 선수단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DB는 시즌 초반 연패에 빠지며 하위권에 추락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였지만 올시즌 부진에 빠진 알바노는 김주성 감독과의 불화설에 휩싸여 있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 21일 창원 LG와의 경기 작전타임 도중 소속팀 선수 이승현을 불러들이며 욕설하는 음성이 중계화면에 정확히 포착됐다. 화면상으로는 전 감독의 비하 발언이 정확히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는 주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농구팬들은 정황상 당시 이승현이 어필을 하고 있던 심판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비록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욕설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경기는 TV로 중계되며 수많은 팬들이 버젓이 지켜보고 있었고, 심지어 작전타임 시간이라 중계 마이크까지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그 대상이 누구이든 같은 코트 위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이 비속어와 비아냥을 날렸다는 것은, 프로농구 현역 최고령 감독다운 품위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특히 전 감독은 이미 과거에도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선수와 심판을 가리지 않고 잦은 막말로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매우 많았기에, 농구팬들은 더욱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KBL은 이번에는 김주성 감독과 전창진 감독에게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쳤지만, 앞으로 이런 상황이 또다시 재발할 경우에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늘날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승부와 결과만이 아니다. 몇몇 프로농구 감독들에게는 품위있는 언행에 대한 자각이 필요해보이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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