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농구 원주 DB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 한국가스공사 정성우가 낮게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2024-2025시즌 개막을 앞두고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강원 원주 DB가 시즌 초반 뜻밖의 부진에 빠졌다. DB는 27일 부산 KCC와의 경기에서 70-77로 패하며 4연패 수렁에 허덕였다.
개막전에서 최약체로 꼽히던 삼성에 신승했지만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했다. 1승 4패에 그친 DB는 10개 구단 중 가운데 9위로 내려앉았다. DB보다 아래에 있는 팀은 4전 전패를 기록한 삼성 뿐이다.
DB는 올시즌을 앞두고 KCC와 함께 '2강'으로 지목됐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를 기록한 핵심 전력이 대부분 건재한데다가 올시즌 개막 직전 열린 컵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1옵션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팀을 떠났지만, 4년만에 복귀한 치나누 오누아쿠도 KBL에서 기량된 검증된 외국인 선수인데다 높이 면에서는 팀에 더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막상 뚜껑을 열자 DB는 여러 가지 불안 요소를 드러내며 경기력이 흔들리고 있다. 올시즌 지금까지 DB가 치른 5경기를 살펴보면 서울 SK를 제외하고 모두 6강권 이하로 전망된 전망된 약체팀이거나, 부상 선수가 많아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상황이었다.
DB가 유일하게 승리한 삼성은 최근 3년 연속 리그 최하위팀인데다, 국가대표 출신 가드 이대성이 십자인대 부상으로 개막도 하기 전에 전력에서 이탈하며 큰 타격을 입었다. DB는 이런 삼성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막판에 겨우 신승했다.
두 번째 경기인 SK전에서는 연승을 눈앞에 뒀으나, 4쿼터 4분여간 8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어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는 공수 모두 졸전을 펼치다가 30점차(62-92)라는 충격적인 대패를 당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전에 DB는 주말 원정과 홈을 오가는 백투백 2연전을 펼쳐야 했다. DB는 약체로 거론되던 정관장과 최준용-송교창이 모두 이탈한 KCC에게 이틀 연속 시즌 첫 승을 헌납하는 제물이 되고 말았다.
핵심전력 가동에도 연패
세부지표를 보면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DB는 지난 시즌 89.9점으로 팀득점 1위에 올랐으나 올시즌에는 5경기에서 70.4점만을 득점하며 10개구단 중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에서만 유일한 80점대(88점) 득점을 올렸을 뿐, 4연패 기간 동안에는 평균 66점을 넣는 데 그쳤다.
반면 실점은 79.4점으로 현대모비스-KCC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야투 성공횟수(27.6개)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공수 관련 지표들도 모두 하위권이다. 역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시즌 초반 고전하고 있는 KCC와 비교하면, 큰 부상 선수 없이 핵심전력들을 온전히 가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DB의 졸전과 연패는 더욱 충격적이다.
DB의 예상 밖 부진 원인으로는 역시 전력의 핵심축인 외국인 선수들의 난조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쿼터 최초의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던 이선 알바노는 올시즌 9.6점, 4.4어시스트 야투율 32.3%에 그치고 있다. 15.9점 6.6어시스트를 기록했던 2023-24시즌에 비해 스탯 볼륨도 크게 줄었지만, 수비에서의 약점이 더 두드러지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다.
DB는 지난 시즌 볼핸들러 역할을 나눠 수행했던 로슨이 팀을 떠나면서 알바노의 공격 비중이 더 높아졌다. 알바노는 개막 삼성전에서는 29점 8어시스트로 제몫을 하는 듯 했으나, 연패가 시작된 SK전부터 갑자기 슈팅 밸런스가 망가지고 본헤드 플레이가 급격히 증가했다.
가스공사전에서는 수비 지시 불이행과 연이은 변명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작전타임 도중 김주성 감독과 충돌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화를 참지 못한 김주성 감독은 알바노에게 육두문자까지 내뱉으며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 화면을 통해 방송되며 곤욕을 치렀다. 김 감독은 이틀 뒤 정관장전을 앞두고 '욕설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알바노의 부진은 이후로도 계속됐다. 이어 26일 정관장전에서는 23분을 뛰며 무득점에 그치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기도 했다. 팀의 대체 불가한 야전사령관인 알바노가 흔들리다 보니 전체적인 경기 운영이 풀리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알바노와 김주성 감독의 충돌 이슈에 가려졌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오누아쿠다. KBL에서 손꼽히는 정통빅맨으로 평가받던 오누아쿠는 올시즌 DB에서 14.2점, 11.2 리바운드를 기록중이다. 10개 구단의 국내외 1옵션 선수를 통틀어 득점력이 가장 저조하다.
포워드였던 로슨과 달리 골밑에서 주로 활동하는 빅맨임에도 야투율이 고작 44.6% 밖에 되지않는다. 원래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자유투도 70% 턱걸이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평균 27분을 출장하면서 턴오버가 무려 4.8개로 압도적인 전체 1위다. 경기 템포가 빠르고 올시즌에는 하드콜까지 적용되는 KBL 환경에서 일단 오누아쿠에게 볼이 가면 흐름이 끊기고 실책으로 역습을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렇다고 수비와 몸싸움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수치상의 리바운드는 높지만 같은 정통빅맨 유형의 코피 코번(삼성), 자밀 워니(SK), 캐디 라렌(정관장) 등과 골밑에서 매치업되었을 때 포스트업에 쉽게 밀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국내 농구 특성상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60-70% 이상을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시즌 DB의 돌풍도 알바노와 로슨이라는 두 외국인 선수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과의 역할 분담이 조화를 이룬 것이 비결이었다. 올시즌 DB는 에이스로 기대한 오누아쿠와 알바노 듀오가 코트에 있을 때마다 오히려 경기력은 마이너스가 되고 있으니 잘 풀릴 리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DB가 빠르게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만일 교체를 선택한다면 우선 순위 대상은 오누아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로슨과는 다른 빅맨 유형으로 기대를 모았는데 골밑에서의 존재감도 애매하고, 김종규-강상재와의 호흡도 그리 맞지 않는다.
알바노의 경우, 볼핸들러 역할과 개인 공격력에서 당장 DB에 그를 대체할 만한 가드 자원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자신감을 살려서 활용하는 방향이 좀 더 유력하다. DB에게는 다음 달인 11월 2일 수원 KT와의 원정경기까지 재정비를 위한 5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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