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들이 부활했다.
죽은자들이 부활했다.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시즌2>가 공개되었다. 지난 시즌을 워낙 재밌게 봤기에 망설임 없이 공개 당일 정주행 했다. 시즌1 마지막 장면에서 충격적인 떡밥을 남기고 끝났기에 한층 부푼 기대감에 차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지옥 시즌2>는 기대만큼 재미있는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인가? 누군가 내게 질문한다면 나의 대답은 '글쎄요'다. 그럭저럭 볼 만했지만, 정말 재미있다고 자신 있게 추천하기에는 뭔가 애매해서 주저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겠다.

 유아인 배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고, 시즌2에서는 김성철 배우가 정진수 의장 역을 맡았다.
유아인 배우가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고, 시즌2에서는 김성철 배우가 정진수 의장 역을 맡았다.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우선 생각보다 느린 전개로 인한 지루함이다. 특히 초반부가 그렇다. 안 그래도 3년 만에 다시 보는 시즌2이기에 이전 시즌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시청자가 대다수다. 나부터가 그랬다. 시즌2는 바로 이전 시즌의 이야기를 곧바로 이어받아 출발한다. 가뜩이나 주인공 역할의 정진수 의장까지 배우가 바뀌어 적응이 덜 되었는데 이전 스토리가 잘 기억나지 않다 보니 전개가 더 느리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가급적 시즌 1의 요약본이라도 시청한 후, 시즌2를 볼 것을 추천한다. 시즌1을 다시 정주행 하는 게 베스트이기는 하지만, 요즘 유튜브에 요약본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그 정도로 충분할 듯하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시종일관 너무나도 불친절한 서사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 점은 연상호 감독이 의도한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이미 시즌 1에서 한가득 뿌려 놓은 떡밥 탓에 시청자들은 더 기대하는 마음으로 볼 수밖에 없다. 궁금증이 잘 해결되지 않고 떡밥이 전혀 회수되지 않으면 재미는 사라지고 만다.

당연히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시연 당해 죽은 사람 중에 박정자가 어떻게 부활할 수 있었는가에 있을 테다. 더구나 정진수 의장까지 부활하는 장면까지 더해지니 더욱 그러했다. 시즌1의 하이라이트와 같았던 부모의 헌신으로 지켜냈던 갓난아기 역시 죽지 않은 게 아니라 죽었다가 부활한 것이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더 큰 혼란을 가져다준다.

 박정자가 부활했다.
박정자가 부활했다.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더 나아가 이른바 '죽음의 고지'는 어떠한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실제 신의 심판인 건지, 고지받은 자를 찾아와 잔인하게 죽이는 괴물들은 또 어떤 존재인지, 시즌2는 이런 궁금증들에 대해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 마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 '신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낸 사람은 없다. 고지받은 자들은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모른다. 그저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남은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즌2에서는 부활자가 등장한다. 시연을 받고 끔찍하게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온다니 잠시나마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처럼 보였다.

박정자와 정진수 의장 이 둘은 다시 되살아났지만, 부활자로서의 기쁨이나 영광 같은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여전히 불안하고 공포에 떠는 모습으로 비친다. 정부와 사이비 종교세력들은 그들의 목적에 따라 부활한 이들을 이용하려고만 든다. 애당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의 의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고 권력을 유지하려는 도구로 부활한 사람들을 붙잡아 둘 뿐이다.

 부활한 박정자를 이용하려는 세력들
부활한 박정자를 이용하려는 세력들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이 틈을 타서 <시즌1>에서 미미한 세력에 불과했던 화살촉 무리들은 거대하고 난폭한 조직으로 성장해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절망이 가득한 사람들에게 '신의 의도'는 그저 눈앞에 무자비한 폭력의 형태로만 나타난다.

<지옥 2>는 고지받은 자가 처참하게 죽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뿐, 실제 이들이 끌려간 지옥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고통을 받았는지 부활한 사람들의 대사에 의해 설명될 뿐이다. 부활자들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희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폭력 속에서 서로를 제압하고 죽이기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참담한 생각만 든다.

각자의 이념과 소신을 따라 분열된 사람들, 나와 다른 이를 폭력을 이용해 단죄하는 무리, 대립하는 단체들을 적절히 이용해 권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정치조직. 이 모든 것들이 난립하는 탓에 일말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사회. 다수의 생존자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지옥처럼 변해가는지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진짜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답도 내놓지 않은 <지옥 2>. 어쩌면 의도를 알기 위해 애쓰지 말라고, 정말 중요한 건 의도를 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해되지 않고,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처하게 될 때 의도를 알아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가치 있는 건 따로 있다고 말이다.

고지받은 자를 처단하는 괴물 무리는 신의 뜻을 집행하는 자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악마같이 묘사된다. 그들에겐 자비도 망설임도 없다. 단번에 죽이지 않고, 마구 짓밟고 때리고 던져 피투성이로 만든다. 보란 듯이 가장 고통스럽게 죽인다. 보는 이들에게 경고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함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그렇게 추측할 뿐, 확실한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괴물, 천사, 신의 사자. 이 존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괴물, 천사, 신의 사자. 이 존재들의 정체는 무엇일까?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분명한 건, 괴물들에게 죽어가는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 처참하게 찢겨 죽을지 모르는 세상, 심지어 <시즌2>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대규모 고지가 내려져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죽음을 예고받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지구 종말의 때가 이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부활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박정자와 정진수 의장, 그리고 부모의 희생으로 죽었다 살아난 아이인 백재현만이 부활한 사람의 전부다. 그런데 정진수 의장은 괴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진정한 부활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박정자와 어린아이 백재현 둘뿐인데, 이들은 지옥에 다녀왔음에도 정진수처럼 괴물로 변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유일하게 연출자의 의도를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이 된 정진수를 제외한 나머지 부활자 두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그들이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의 사랑이 필요한 존재들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부분이었다.

 현실과 지옥의 무너진 경계
현실과 지옥의 무너진 경계지옥2 예고편 갈무리 넷플릭스

그런 의미에서 신의 '의도'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간절한 '의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정자는 자녀들을 걱정하며 그리워했다. 재현은 죽은 부모 대신 자신을 진심으로 돌봐준 민혜진 이모를 필요로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고 의존할 수밖에 관계였다.

우리네 현실도 그러하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적혀있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죽을 수밖에 없다.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의 고지 또한 이미 받은 자들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일이다. 대상은 가족일 수도 친구일 수도 연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서로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웃일지도 모른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단어 '사랑'. 그것을 향한 의지야말로 우리 사회가 지옥이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얼룩소, 블로그, 페북에도 실립니다.
넷플릭스 지옥2 부활 고지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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